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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金’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고 있다.

한데 이런 금이 현재까지 알려진 최고(最古)의 금 채굴지역은 기원전 4천년기에수메르 문명을 꽃피웠던 서아시아이다. 한편 누비아와 아라비아에서도 금맥이 발견되었으며 이집트인들이 채굴 작업을 벌였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이집트학 박물관에는 금에 관한 가장 오래된 사료가 보관되어 있다.

또 기원전 14세기 경의 파피루스에는 금광 지도가 그려져 있다. 이집트 제18대 왕조의 무덤에 그려져 있는 프레스코화에는 다음과 같이 금세공술에 대한 설명이 나타나 있다. 「비스듬이 기울어진 나무관에 금이 함유된 광석을 내려보내면 밑에 설치된 시렁받침이 금덩어리와 금속가루를 걸러낸다.」 티크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발생한 수메르 문명은 기원전 제 3천 년기에 이미 상당한 수준에 달해 있었다.

이때 금 세공술도 찬란하게 꽃피어났다. 수메르인들의 금 세공술은 앗시리아·바빌로니아·이란 등에 전파되었다. 이란인들은 북방의 스키타이인들과 서방의 히타이트인들에게 금 세공술을 전해 주었다.

결국 중국과 발칸반도지방에까지 그 기술은 뻗어 나갔다. 때문에 현대에 와선 이런 금의 세공술을 세계 어느나라나 가지게 되었고 달러와 함께 금을 보유해 두고 유통시킨다. 금괴가 가장 많이 보관돼 있는 곳은 미국의 포트녹스와 연방준비은행이다. 포트녹스는 켄터키주에 있는 군 주둔지. 이곳에 2차대전 때의 미국 영웅 패튼장군의 박물관이 있는데 그 부지 안에 루스벨트 대통령 때 만든 금괴보관소 ‘골드디 파 지 도 리’가 있다.

2차 대전이 터지자 각국에서 안전을 위해 이곳에다 금괴를 맡겼다. 1974년 내부가 공개됐을 당시에는 지하보관소에 1천2백t의 금괴가 있었다. 이후 안전을 위해 상당량의 금괴가 뉴욕 5번가에 있는 연방준비은행의 지하 보관소로 옮겨져 보관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10년 전 장농속 금도 모아 팔아야만 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라는 국난을 맞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왜채를 갚기 위한 금 모으기에 나섰다.

당시 시세로 200억 달러에 달하는 2000t의 금이 국민의 장롱 속에 있던 것으로 추정됐고, 이를 수출해 달러를 들여오자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이 운동이 전국에 퍼져나갔다. 국난 극복을 위한 애국심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황금보다 귀한’ 달러를 급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제일은행 ‘헐값 매각’과 비슷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밀어내기식으로 해외에 팔다 보니 금값 하락을 부추기며 저가 수출을 한 셈이 된 것이다. 운동이 절정을 이룬 1998년 초 석달간 21억달러어치 금을 수출했는데 당시 1온스당 시세는 300달러 정도였다. 금값은 이듬해 253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최근 940달러선까지 오르더니 현재 1000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사이 금값이 3배 넘게 오른 것이다. 단순 계산해서 40억 달러 넘는 ‘장롱 속’ 국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금 모으기와 관련한 더 아픈 상처가 얼마 전 밝혀졌다.

1999~2004년에 금괴 부가세 환급제도를 악용해 2조 원대 국고 손실과 연간 560억 원의 국부 유출을 초래한 조세포탈사범 100여 명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외환위기 시절 국민이 모은 금을 수출하던 대기업의 직원들이 포탈 수법을 찾아냈고 이를 통해 수백억 원대 재산을 모은 사람도 있다는 게 검찰 발표다. 국민이 눈물을 머금고 모은 정성을 빼돌려 축재했으니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애국심이 멍든 국민들께 용서를 빌라.

고운석 <시인. 남발협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