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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되어 각 급 학교에서는 입학식을 끝내고 신입생들의 오리엔테이션이 한창일 것이다.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교는 학교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새로운 각오와 비전을 갖게 될 것이며, 마음속 깊이 다짐하는 자신만의 꿈과 이상이 설계되리라 생각된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는 환영한다는 말과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국가의 동량이 되라는 말씀이 빠지지 않을 것이며, 담임선생님들이나 교과 담당선생님께서는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는 희망을 주는 훈시들이 한결같이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각 교실 안에서 볼 수 있는 급훈(실훈)들을 보면, ‘처음과 같이’, ‘시작하는 마음으로’, ‘참고 이기자’, ‘최선을 다하자’, ‘참되고 아름답게’ 등 각 학급의 구호들이 각오를 다짐하는 의미감이 충분하게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구호들의 실천은 형이상학에 불가할 때가 많다. 물론 선생님들의 지도 능력이나 학생들의 자각성들의 농도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타나기도 하겠지만, 한 학년이 지날 때까지 교실에 붙어 있는 훈(訓)들이 장식에 불과할 때가 많다.

왜 우리는 처음과 같은 새로운 마음들이 쉽게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인가. 우리 인생사에서 무엇이나 처음 시작할 때만큼 중요할 때가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제 17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정부 각료들이 임명되었다.

모든 장, 차관들이 새로운 인물들로 등용되었다. 이분들 역시 임명장을 수여받을 때 잘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짐했을 것으로 믿는다. 잘해보겠다는 다부진 마음으로 국정 업무를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처음과 같은 마음이 사라지고 마는 고질적 모순들이 생길까 염려된다.

사실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의 일상과 역사 속에 나타나고 있음이 뚜렷하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께서는 독립 운동가이며,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공산주의를 배격했던 민족의 지도자였다. 그러나 1960년 3.15 정부통령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송두리채 흔들어 버리고 재집권을 위한 부정선거를 자행한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민족의 지도자로 자처했던 이승만 박사는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시 새 정신, 새 행동으로 세계 문명국들과의 경쟁과 일하는 정부와 흔들리지 않는 정국, 국제적 평화 증진과 평화통일의 슬로건을 천명했었다.

어찌 보면 세계로의 도약과 강력한 리더로서의 지도능력을 발휘해 보겠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처음과는 달리 통치 스타일이 구겨지고 말았던 결과였다.

신학기가 되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이나, 선생님들의 지도계획도 새로운 각오로 정립되었으리라 믿는다. 하루하루를 처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헛되지 않는 한 학년을 마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출발의 값진 의미는 새로운 각오로 알찬 열매를 맺고자 하는 의미가 크다. 그러므로 머리는 용이 되고, 꼬리는 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생사의 만사가 그랬듯이 용두사미(龍頭蛇尾)가 되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천명(天命)의 순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작은 것의 철학이라 하더라도 일괄된 그 실천은 매우 중요하다. 신학기의 출발도 새 정부의 출발도 시작하는 마음과 같이 하루하루를 새로운 각오로 작심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