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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작품으로 데뷔한 김대승감독 두 번째 작품인 '혈의 누'가

개봉 첫 주에 100만 명을 기록해 관객들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첫째 영화계의 흥행 메이커로 이름 난 '차승원'의 연기에 힘입어 많은 관객이 찾게 된 것이고, 두 번째는 과거 신소설인 '血의 淚'와 동명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1800년대의 신문화를 접하게 되는 역사적 의미도 내재해 있는 것이다. 영화 '血의 淚'는 '이인직'의 신소설인 '혈의 누(血의 淚)'와 동명의 작품이다.

1906년 동학(東學) 대표자라 할 수 있는 천도교 '손병희'선생에 의해 창간된 일간신문 '만세보'(萬歲報)에 연재되었던 '혈의 누(血의 淚)'는 우리나라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작품이었었다.

이처럼 옛 명작의 이름을 빌려 영화화한 작품들로는 여러 차례 본 컬럼을 통해 알려 드린바 있다. 미국 소설문학의 전통을 확립시키는 한편 세계문학의 수준으로 미국문학을 끌어올린

'나다니엘 호손'의‘주홍글씨'는 이미 고전이 된지 오래이다.

이 고전 같은 미국의 문학 작품‘주홍글씨'가 광주출신 '변혁' 감독의 영화 '주홍글씨' 제목으로 사용되어서 크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영화 '혈의 누' 역시 근대소설의 효시라는 신소설 '혈의 누'의 유명세를 업고 있기도 하다.

세 번째 실내세트를 지어 보여 준 자동화 된 한지(漢紙) 생산 모습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대로 관객들에겐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지를 만드는 제지소를 재현한 스펙터클한 분위기는 자본주의 초기 모습을 그려낸 듯한 분위기를 그렸다.

그래서 영화 '혈의 누'는 1800년대 초기의 화려함까지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네 번째 영화 구성의 탄탄함과 지금까지 우리 영화에서 보기 힘든 또 다른 볼거리인 잔혹성에 그 이유를 들 수 있다. 죄인을 처형하는 장면에서 양팔과 두 발등 사지에 각각 소를 매달고 동시에 사방으로 끌어당기는 두 눈을 뜨곤 참아 볼 수 없는 참혹한 처형의 모습이라든가, 또 날카로운 창으로 몸을 관통시키는 등 상상치 못할 처참한 모습들이 이 영화 속에선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분장의 덕택으로 무난히 완성하였기에 우리 특수분장 업계의 수준도 업그레이드되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한편 이 영화의 핵심은 부(富)의 분배와 축적으로 인한 충돌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것을 수사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요 내용으로, 인간 내면에 잠재한 탐욕에 의한 죄의식을 잘 끌어내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은 바로 사람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한다.

즉 인간의 잔혹성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의 내면을 직설적으로 추악하지만 실감나게 보여 주고있는 이런 점들이 더욱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게 되는 비결이 되고있다.

이 영화의 반응처럼 관객들은 즐겁고 화려한 것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잔혹한 장면도 은근히 기대했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정말 우리 인간은 알 수 없는 존재이다.

끝으로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이든 김대승감독의 영화 '혈의 누'가 되든 작품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좀더 영화와 문학에 친근감을 갖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박형균 http://gf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