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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년 한양의 정남에 숭례문(崇禮門), 정동에 흥인지문(興仁之門, 정서에 돈의문(敦義門), 정북에 숙정문(肅靖門)을 세웠다.

예전부터 사용하던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은 숭례문, 흥인지문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에 대한 관심이 어느새 서서히 누그러지고, 시민들의 분노나 언론의 보도도 지면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만 맡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고, 차라리 복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화순 쌍봉사는 국보인 철감선사의 부도가 있다. 철감선사는 통일신라시대의 승려로, 28세 때 중국 당나라로 들어가 불교를 공부하고 돌아와 절을 짓고, 71세로 입적하니, 왕은 '철감'이라는 시호를 내리어 탑과 비를 세웠다. 쌍봉사 대웅전도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1984년에 소실되어 보물이었었다는 표석만이 남아 있다.

1962년 해체 보수 공사를 할 때 작성한 정밀한 실측도가 있어 1986년에 복원되었다. 옛 모습을 다소나마 짐작할 수 있지만, 옛 사진을 비교해 보면 지금의 복원된 대웅전은 단청이 되어 있어서 화려하지만, 옛 대웅전의 모습만 흉내낸 것에 불과하였다.

대관령 동쪽에 있다고 하여 관동(關東)이라 불리는 관동팔경(關東八景)이 유명하다. 관동팔경은 간성 청간정, 강릉 경포대, 고성 삼일포, 삼척 죽서루, 양양 낙산사, 울진 망양정, 통천 총석정, 평해 월송정으로, 송강(松江)선생의 관동별곡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671년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낙산사(洛山寺)도 몇 차례 중건을 거듭한 뒤 6. 25전쟁으로 완전히 소실되었으나, 복원하여 1971년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2005년 산불로 안타깝게도 대부분 소실되었지만, 복원이 거의 마무리될 단계에 이르렀다.

문화재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잃는 것을 복원이라고 하는 말속에는 완전히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복원을 한다고 함으로써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년 내 200억 원을 들여 복원하겠다는 문화재청의 계획 자체도 문제이지만, 설사 그 계획대로 복원이 된다고 해도 우리의 마음속에 옛날의 숭례문에 대한 의미는 주지 못할 것이다. 숭례문 누각이 장막을 벗고 산뜻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서 숭례문의 문화재적 가치와 국민의 인식이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는 숭례문을 우리는 볼거리 이상의 무엇으로 여기겠는가. 단순히 숭례문 하나를 복원하는 차원이 아니고 서울이라는 공간 전체, 문화의 상품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기왕 이렇게 된 마당에 6백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야 하는 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중국에는 남루북릉(南樓北陵)이라는 말이 있다. 남쪽에는 누각(樓閣)이 유명하며, 북쪽에는 황제들의 릉(陵)이 유명하다는 말이다.

서안의 진시황릉이나, 북경의 명 13릉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 중국 3대 누각은 무한(武漢) 황학루(黃鶴樓), 악양(岳陽) 악양루(岳陽樓), 남창(南昌) 등왕각(滕王閣) 역시 아름다움만이 아닌 또 다른 가치가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누각들이 소실된 후에 본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당(唐), 송(宋), 원(元), 명(明), 청(淸)의 시대 별로 누각이 다르고, 새로이 만들 때는 그 시기마다 누각이 점점 커져 원래 2층이었던 것이 6층에 이르고 있다.

대신 기념관에 각 시대별의 누각을 축소하여 잘 만들어 두었다. 우리도 숭례문을 그대로 본떠 만들 것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멎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보며, 불타기 전의 옛 모습은 새로 건축한 건물 내에 조그맣게 만들어두는 것이 옳다.

그리고 시민들이나 여행객들이 그곳에 마음대로 올라가서 한국의 정취(情趣)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한다. 가끔 식영정(息影亭)에 가볼 기회가 있다.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식영정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송강 정철선생의 유적지인 식영정이 왜 이렇게 적은가’ 하는 말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