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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 시원한 바다의 풍미가 으뜸인 게. “한 손엔 게 발 들고 또 한 손엔 술잔 들고, 주지(酒池)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 데 무엇을 더 바라리요.” 이백의 <月下獨酌四首詩( 월하독작사수시>의 구절이다. 이 싯귀가 단순한 시적 과장만은 아님을 게를 먹어보면 알게 된다.

종류로는 꽃게, 농게, 칠게 등의 바닷게와 민물게 등 종류가 많다. 4천5백여 종의 갑각류는 다양한 요리법으로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몇 안 되는 식품 중 하나다.

‘서호( 서해) 판관(判官)’ 으로 알려진 꽃게. 진나라 필탁(畢卓)‘ 오른손에 술잔, 왼손에 게발 들고 술 못 속에 두둥실 배를 띄울 수만 있다면 인생이 족하련만’ 읊고 있다. 무장공자, 강호사자, 서호판관, 곽선생으로 불린 이름도 재미있거니와 게살로만 버무린 꽃게 무젓 즉 ‘생살무침’은 그 빛과 향기, 그 맛에서 천하일품인데 비틀걸음치는 상놈이라고 해서 먹지 않았다는 우암 송시열( 宋時烈) 선생의 입맛이야기도 있다.

복사꽃 피면 대게의 계절이다. 종류에 따라 산란기가 다르지만 대게는 5～6월이 살이 통통하게 꽉 차는 시기로 친다. 대부분의 해산물은 산란기에 맛이 좋지만 게는 살이 오르는 때가 가장 맛이 좋은 때이다.

대부분의 해산물은 산란기에 맛이 좋지만 게는 그렇지 않다. 산란기때는 알을 품어 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산란을 해버린 ‘ 알게’는 속이 텅비고 맛이 없어 제값을 받지 못한다. ‘ 알을 품은’ 이란 표현은 산란이 끝난 게를 가리키는 말로, 실제 알이 아니라 애기보 같은 것이다.( 정기태「 고기잡이 여행」) 따라서 살이 오른 때가 가장 맛이 좋은 때이다.

빨간색이 주는 시각과 미각효과가 가미되어 단단한 껍질 속에 가득 찬 보들보들한 속살의 게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급스러운 갑각류이다. 대게 중 으뜸으로 치는 것은 경북 영덕산. 다리가 길고 속살이 꽉 차 있으며 쫄깃하면서 단맛이 나는 궁중진상품이었다. 영덕 지역 연안의 해저는 깨끗한 모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천혜의 해양환경이 영덕대게의 명성을 낳게 했다. 영덕대게의 으뜸인 박달게는 약간 검은 빛이 돌고 딱딱한 것이 특징이다. 유달리 붉은 빛을 띠고 다리가 긴 홍게와는 천지차이. 영덕대게는 등쪽은 주황색이며 배쪽은 흰색에 가깝다. 홍게는 내장 맛이 짭짤하지만 영덕대게는 고소한 향내가 뒤끝에 남는다.

홍게는 울릉도 주변 해역 심해의 뻘에서 산다. 야행성으로 죽은 고기의 시체를 먹고 살아 ‘바다의 청소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동반경( 3마일)이 짧아 먹이가 없으면 같은 동족이나 자기 다리를 잘라 먹는다.

게는 예전부터 머리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 풍부하여 발육기의 아이들에게 매우 좋은 식품이다. 게의 알에는 핵산이 많아 노화방지에 좋고, 간장과 심장을 강화시키는 타우린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압을 유지하고 시력감퇴를 예방한다.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므로 어린이들이 좋아할 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떨어뜨리는 작용도 있어 노인들과 비만증, 고혈압, 간장병환자에게 유용한 식품이다. 정신적 에너지를 충만하게 하는 도파민과 노르프네피린의 원료가 되는 티록신을 다량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효능이 많은 게는 강한 산성식품으로 야채인 알카리성 식품과 먹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게는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어 민간에서는 해열에 약용으로 사용했으나 민감체질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식중독에도 유의한다. 게를 고를 때는 배에 묵직한 것, 발이 빳빳한 것, 배쪽을 보아 삼각형 모양이 넓은 암게를 골라야 한다.

영덕의 명물인 대게에는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대게는 조선 태종 때부터 대궐의 진상품이었다. 어느 날 큰게를 왕의 수라상에 올렸다. 이상하게 생긴‘ 바닷벌레’라며 먹기를 꺼리던 왕은, 맛을 보더니 양손과 얼굴에 게살을 묻혀가며 체통 없이 대게를 먹어치웠다. 그 모습이 하도 민망해 신하들은 다시는 대게를 수라상에 올리지 못하게 하였다. 한번 대게 맛을 본 왕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이제나저제나 하고 게가 상에 오르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게가 상에 오르지 않자 대게를 구해 오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신하들은 대게를 찾아 전국방방곡곡을 헤매다가 마침내 영덕 죽도(竹島) 부근에서 어부가 대게를 잡는 것을 발견했다.

대나무 같이 길고 가는 다리 생김새와 대나무 섬 부근에서 잡아 신하들은 그 바닷벌레에 대게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조선시대 영덕 태수의 관운이 이 대게 진상에 달려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걸 보면, 왕들이 대게를 특별히 좋아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