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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막론하고 18대 총선에 나설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변화된 시대상 속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찾아내는가와 함께, 그 결정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본 선거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여야 모두는 다수의 외부 인사를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여시키고 그 권한을 강화하는 등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공천혁명’이라고 불리 우고 있는 현역의원의 대거 탈락과 정치신인의 등장은 이러한 ‘공심위’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는데, 공심위가 언론을 비롯하여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통합민주당 공심위의 박재승 위원장의 카리스마와 역할에서 연유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도 지역주의가 엄존하고 있고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의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없지 않는 가운데 광주, 전남지역에서 민주당 공천탈락은 후보자에게는 곧 정치생명의 종식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후보자 개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치인의 퇴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지난날 이른바 지역주의와 지역 맹주(盟主)에 기대어 다선(多選)의 반열에 오른 의원들과 탄핵 돌풍 속에서 거의 무임승차한 ‘탄돌이 의원’들의 존재는 대단히 비민주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민주당의 공천심사과정에서 다선의원을 포함한 현역의원의 프리미엄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정치신인의 등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과거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통합민주당이 DJ의 아들과 비서실장을 탈락시키는 등 공천과정에서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대폭 물갈이를 도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언가 부족한 듯 우리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여전히 열린우리계와 민주계간의 균형 맞추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느낌과 함께, 대표급 후보자들이 여전히 텃밭에서 안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0년의 권력행사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KO패한 상황이라면 대표급은 물론이고 현역의원 누구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지역민의 솔직한 정서일 것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공심위의 헌신적 노력에도 국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민주당에 모아지지 않고 있으며, 견제세력 확보라는 절대적 명제의 달성에도 확신이 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거가 불과 20여일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의석의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면, 당 지도부와 현역의원들이 앞 다투어 자기 자리를 내놓고 백의종군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자리 지키기’에 목을 매고 있으며 이미 탈락한 후보자들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거론하고 있으니 참으로 몰염치한 사람들이다.

며칠 남지 않는 기간에 민주당의 지도부와 공심위원들이 유권자들의 정서를 정확히 인식하고 부족한 2%를 보충함으로써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