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관심 없는 선거 후유증 | |
| 입력시간 : 2008. 03.27.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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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신이 그곳에 집중되는 진흙탕 목욕이다. 이렇다보니 개혁을 해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까지 구성해 심사를 하였다. 훌륭한 사람을 공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엉터리였는지 어느 곳은 큰 인물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어느 곳은 별볼일 없는 사람이 공천을 받았다. 줄을 잘못 서 탈락하고, 자기사람 챙기기에 득을 본것이다.
이로인해 현역의원들도 대거 탈락하고 중진들도 공천심사위원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공천 물갈이라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집합적 드라마는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만 당사자들에겐 부당한 명예살인이다. 살아있되 산게 아니고, 죽느냐 사느냐 비분감개 사생결단의 심정일 것이다.
무소속으로 명예와 지역구를 찾겠다는 집단적 행동에 들어갔다. 달라이 라마의 처지와 삶의 자세는 이들에게 한가닥 위안이 될법하다.
중국의 5분의 1인 나라 조국 티베트를 스물 다섯에 빼앗기고 40여 년 동안 민족의 운명을 걸머진 채 망명객으로 살아온 그는 최근 중국의 티베트 시위 탄압으로 큰 고초를 겪고 있다.
고통스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는, 분노와 미움의 파괴적인 영향으로부터 보호받고 피난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타인에 대해 인내심과 관대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우리 마음의 본질이 아니라 마음의 자연스런 상태를 막는 일시적인 장애물로 긍정적인 마음이라는 교정수단을 이용해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더 직설적으로 그는 우리의 증오가 미운 적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격한 증오심이 만들어내는 고약한 결과를 맛보는 쪽은 우리 자신으로, 적은 우리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까맣게 모른 채 쿨쿨 잠만 잘 자고 있다"는 것이다.
지극히 현세적인 정치판이 개판보다도 더한 격랑에 휩쓸린 이들에게 분노를 다스리라는 설법이 씨가 먹힐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가 단순히 객석에서 카타르시스를 맛보는데 그치지 않고 무대로 올라가 ‘내가 만일 공천에서 탈락한 극중 인물 누구라면’ 하고 처지를 바꿔 몰입 상상을 해보는 일은 얼마든 가능하다.
세상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위험사회다. 마음공부 격으로 이번 기회에 격한 상황을 대리체험 해 보면 웬만한 일에는 평정심을 가질 수 있으리라.
그러한 평정심은 표의 가치도 높일 것이다. 그런데 깨끗하고 잘난 사람만 검증했다는데 ‘정책 선거’가 실종되고 있다.
4·9총선이 불과 2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당의 비전과 색깔을 담은 공약들이 보이지 않는다. 전에 없이 격렬한 각 정파의 공천다툼과 ‘안정론 대 견제론’ 등 4개월 전 대통령 선거의 정치적 파고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 공약이 유권자들의 선택의 출발점이란 점에서 이는 곧 선거의 실종을 뜻한다.
지역주의 부활, 계파식 인물 대결 등 벌써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퇴행의 조짐도 감지된다. 이같은 상황은 정권교체의 혼돈기에 정치권은 물론 언론까지 온통 ‘공천’에만 정신을 빼앗긴 원인이 크다.
‘그동안 공천이 지연되면서 총선을 2주가량 앞둔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정책적 쟁점이 전혀 부각되지 않아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중앙선관위의 분석이다. 선관위는 이런 탓에 투표 참가자에 대한 고궁·박물관 무료 이용 등 투표율 제고에 비상이 걸렸다. 투표는 해야한다. 하지만 부패한 국회의원을 뽑는 부패한 국민은 되지 않아야 한다.
고운석 <시인.남발협 상임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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