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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휴대폰가입자는 4천4백만 명이나 된다. 그간 정보통신기술의 급신장에 힘입어 오늘날 휴대전화는 단순한 무선전화기에서 탈피하여 각종 정보와 지식의 제공은 물론 TV시청이나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화상통화도 가능한 다기능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부작용도 많다. 가입자들의 신상정보가 범죄에 노출되어 스팸문자가 범람하는가 하면 불법복제단말기가 등장하여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과도한 통신요금 탓에 가정이 파산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미 2006년에 통신비 지출이 음식?숙박비 지출을 넘어섰다. 정말 심각한 것은 휴대폰비가 서민생계를 핍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터를 빈번히 이동해야만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이나 행상 등 고단한 서민들에게 있어 휴대전화의 효용가치는 특히 높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기능이 점차 추가되면서 통화료외의 요금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6년 통계청에 따르면 하위 20%계층의 휴대전화비 지출은 가계총수입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OECD 가입국 평균이 2%임을 감안할 때 3.5배나 높은 지출이다. 어린 자녀 2명을 둔 한 맞벌이 저소득가정은 월수입의 16%를 휴대전화요금으로 지불하는 사례조차 있었다.

휴대전화가 서민가계를 압박하는 요인이 또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 값이 보통 몇십만원대인데 반해 수명은 3~4년에 불과하다. 값에 비해 수명이 너무 짧아 감가상각비까지 고려할 경우 휴대전화로 인한 서민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통신비를 20%를 인하겠다는 인수위측 애초 발표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핸드폰 요금인하의 핵심사항인 가입비와 기본통화료 문제를 제외시킨 채 부차적인 문제만 거론하고 있다. 통신회사측의 수탈에 가까운 폭리구조를 방치한 채 MB정부의 논리대로 규제를 완해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5만5천원의 가입비와 1만3천원에서 1만2천원하는 기본통화료의 근거를 시장경제의 기초인 원가자료에 근거해서 책정하면 될 일이다. 1천만대를 기준으로 설계하여 투자비를 회수하고 기업의 고수익을 보장해줬던 요금체계를 휴대폰가입자 4천4백만 시대에도 5만5천원의 가입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유럽의 가입비는 한국의 1/5에 불과하며 다양한 요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미 통신중계기지는 꽉 들어차 있어 추가비용이 발생할 리가 없음에도 기본통화료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중국의 통화료는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통신업체들은 선두주자의 영업이익이 2조2천억, 순익은 1조6천억원에 달했다. 후발주자들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폭리를 취했다. 지난해의 흑자규모가 발표됐는데도 가입비와 기본통화료를 손대지 않겠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할 수 없다.

휴대폰 요금은 지식경제부 산하의 통신위원회에서 인가제로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기통신기본법을 개정하여 제42조에 있는 통신위원회에 통신요금심사위원회를 신설하고 원가산정을 공개하여야 한다. 통신요금심사위원회는 시민단체, 통신관련분야 교수, 통신관련분야 전문직 종사자, 관계 공무원 또는 변호사·회계사 등 관련 전문가 10인 이내로 구성하여 통신요금의 원가를 심사하고 통신요금의 적정성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김상집 <참여자치21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