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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가기 위해 서울 사람들은 아침에 출발하면 되지만, 광주 사람들은 밤 12시에 출발해야 한다. 버스 속에서 눈을 잠깐 붙이지만, 하루종일 피곤한 가운데 관광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가슴 설레는 관광이다. 황진이■박연폭포■서경덕과 함께 송도3절(松都三絶)이라 일컬어지는 개성은 고려의 옛 수도로서 500여년 간 번영한 고도(古都)로 송도, 송악, 개경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원래 이 지역은 소나무가 많아 송(松)자를 썼는데, 지금은 많이 개간되어 민둥산이 되어 있다.

박연폭포 가는 길에 이용복의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이 노래가 생각났다. 산에는 진달래, 개울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이 어렸을 적과 같았다.

많이 볼 수 없었던 꽃인 살구꽃이 가로수에 만발한 것을 보고, 상춘곡의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에 피어 있고’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가는 길에 최영장군의 고향이라는 막불산이 보인다.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말과 ‘녹이상제(綠駬霜蹄) 살지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설악(龍泉雪鍔)을 들게 갈아 둘러메고, 장부의 위국충절(爲國忠節)을 세워 볼까 하노라’ 라는 시조도 있었다.

박연폭포는 개성의 북쪽에 있는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의 웅장한 화강암 암벽에 걸쳐 있다. 높이 37m, 너비 1.5m로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 가운데 하나다.

폭포 위에 있는 직경 8m의 박연(朴淵)은 바위가 큰바가지 모양으로 패여 생긴 것이며, 한가운데에 큰 섬 바위가 솟아 있어 흘러내린 물이 이 바위에 부딪쳐 담겼다가 폭포로 떨어져 내린다. 황진이는 재색을 겸비한 조선조 최고의 명기(名妓)로 어디를 가든 선비들과 어깨를 겨누고 대화하며 뛰어난 한시나 시조를 지었다.

‘청산리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는 황진이의 대표적인 시조다. 성거산에서 살았던 서경덕선생은 한국 유학사상 본격적인 철학문제를 제기하고, 독자적인 기철학(氣哲學)의 체계를 완성한 사람이다.

황진이를 그리워 ‘마음이 어린 후(後)이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내 님 오리마난, 지난 닢 부난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는 시조를 남겼다. 우리 지역 출신 임제선생도 평양 벼슬길에 가는 중에 황진이 묘에서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었난다,

홍안(紅顔)을 어디 두고 백골(白骨)만 묻혔나니, 잔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 는 유명한 시조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인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만수산(萬壽山) 드렁 츩이 얽혀진들 어떠리' ’와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인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白骨)이 진토(塵土)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는 시조는 선죽교로 이어진다. 선죽교(善竹橋)는 고려말 이방원으로부터 보낸 자객에 의해 정몽주선생이 철퇴를 맞아 숨진 곳이다.

다리 동쪽에는 선죽교라는 한석봉(韓石峰)의 글씨로 씌어진 비가 있고, 다리 서쪽에는 비각 안에 1740년 영조의 어필(御筆)과 1872년 고종의 어필인 표충비(表忠碑)가 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 계워 하노라’는 나라가 망한 뒤 길재와 원천석의 회고가(懷古歌)다.

개성 관광은 큰 의미가 있다. 시내의 거리를 지날 때 주민들이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보면 금강산 관광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어렸을 때 배운 시조 문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강산에 이어 개성관광이 이루어졌다. 이제 평양이나 백두산까지 관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남북이 한 걸음 한 걸음 통일로 나아갈 것이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장. 동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