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총진료비가 2005년 24조6천575억원에서 2006년 28조5천714억원, 2007년 32조2천33억원으로 급증하는 것과 맞물려, 이에 못지않게 약제비 지출규모도 2005년 7조2천억원, 2006년 8조4천억원, 2007년 9조5천억원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외국에서 15% 내외인 약제비 비중이 한국에서는 두 배인 30%나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박사는 ‘한국의 사회보장비 지출전망 및 시사점-사회보험을 중심으로’란 연구보고서(2006)를 통해 국고보조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총진료비를 중심으로 장기지출추이를 전망한 결과, 진료비 수지적자가 2030년 40조원, 2050년 130조원, 2070년 2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건강보험재정이 나빠지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인구구조와 질병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들 수 있다.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2006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407만3천명으로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8.6%에 이른다. 동시에 노령화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중심으로 질병구조마저 바꾸면서 건강보험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구조 및 질병구조 변화 못지 않게 실제로는 현재의 의료공급과 소비구조가 낭비적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의사의 의료행위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 또 중증질환보다는 가벼운 질환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 점과 가장 대표적인 폐해로 지적되고 있는 약제비 폭증이다.

현재 국내 약제비 폭증의 주범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의약분업과 함께 실거래가 제도를 택하게 됨에 따라 병원이 약을 싸게 구입할 동기가 없어져 실거래 상한가로 구매하게 됐고, 의약분업 후에는 과거의 교차보조 만큼 수가를 인상하였으며, 따라서 의약분업 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오리지널약처방이 늘었다.

백혈병 환자들이 쓰는 글리백의 경우 미국에서 1만2천원에 판매되는 것이 한국에서 2만7천원이다. 어설픈 의약분업이라는 개혁이 결국 보험재정만 악화시킨 것이다.

▶둘째의 주범은 특허기간이 만료된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로열티를 지불하고 특허만료부터 복제약을 생산하는 한국제약사의 복제약값이 터무니없이 고가약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신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복제약도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까지 고가약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소 비싸더라도 신약개발에 자금이 들어가므로 고가약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회사는 5~6개회사 밖에 없다.

▶셋째는 제약회사가 출하가격을 자율 책정케하는 실거래가 제도는 수요자가 참여할 길이 없어 동일약품명인데도 약국에 따라 10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도대체 미국이나 영국보다 비싼 신약, 연구개발도 없이 원료를 사다가 만들뿐인 약값이 신약과 비슷한 고가 약이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이런 제도적 정비 없이 한미FTA가 국회에서 비준된다면, 의약분업에 이은 또 하나의 대실패작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재협상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건강보험법을 개정하여 “약제비는 제조원가 또는 요양급여결정기준에 따른 산출근거 및 내역,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고시제조원가 또는 요양급여결정기준에 따른 산출근거 및 내역,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를 신설하여 원가자료에 근거한 거품을 빼야 한다.

김상집 <참여자치21 정보센터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