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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는 명예롭다! 우리는 앵무새처럼 우리가 원하는 것에는 어느 것에나 이 말을 한다.

소인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야 할 군자가 양심을 속이고 위선을 행한다면 ‘무지몽매’한 소인이 악을 행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더구나 사리사욕에 빠져 절개를 꺾는다면, 이것은 소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길을 찾는 것만도 못하다.

한데, 우리나라 정치판엔 그런 소인배만도 못한 정치교수들이 상당수 들어있다. 이렇다 보니 정치(폴리틱스)와 교수(프로페서)를 합친 ‘폴리페서’ 같은 기이한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영어 어원을 따지면 도저히 조합도 안되고 의미도 통하지 않는 엉뚱한 국산 말들이다.

토머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Utopia)>는 이상향의 세계를 그렸는데, 우리를 놀라게 한다. 책 제목은 ‘어디에도 없는 곳’이다. 그리스말로 부정을 뜻하는 ‘ou’와 장소를 일컫는 ‘topos’가 합쳐진 말이 유토피아다. 테크노피아라는 말이 있다.

테크놀로지와 유토피아의 합성이다. 사실 이렇게 잘라 붙인 단어가 말이 되려면 ‘테크노토피아’가 맞다. 아무 생각 없이 편의적이고 조야한 두 단어의 조어 과정을 짐작해보면, 단어가 지칭하는 무리들의 속성과 기막히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도 많은 현직 교수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우르르 상아탑을 나섰다. 허나 광주의 모 교수처럼 덕을 못 쌓아 ‘오리알’이 된 교수도 있지만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정치에 나아가 학문에서 배운 바를 실천하고,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기개를 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 정조 때 전남 장흥 출신 존재 위백규(1727∼98)는 수없이 관직을 고사하다가 일흔 나이에 임금의 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관직을 받았다.

올라오자마자 쓴 글이 <만언봉사>다. 그는 이 글에서 “1년 내내 책 한 권 변변히 읽지 않고, 무리를 지어 떠들 줄만 알고, 관에서 주는 밥이나 축낸다”고 성균관 유생들부터 질타했다. 장준하 선생과 동아일보 전 회장 고재욱, 고려대 전 총장 김준엽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리 1순위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박정희에서 김대중 정부까지 모두 열 두 차례의 관직 제의를 받았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수락하지 않았다. 학자로서 언론인으로서 삶의 신조를 지켰을 뿐이라고 했다. 독립투쟁을 한 김준엽의 지사적 지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위백규의 양심적 기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학자다.

프로페서의 어원은 ‘고백’과 ‘양심’이다. ‘양다리’ 정치교수가 학교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줘서야 되겠는가. 원하는 게 있으면 기존의 것을 잃거나 놓칠 위험을 감수하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대학교수는 이런 상식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양이다.

교수직을 유지한 채 정부 관료나 민간기관의 장(長)을 맡는 건 물론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떨어져도 버젓이 강단에 복귀한다는 게 그렇다. 교수의 본분은 강의와 연구다. 정·관계 진출 뒤 강단 복귀를 허용한 건 전문성을 살려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유용한 지식을 전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그 뜻과는 달리 빗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선택하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 선출직 출마 기준은 물론 당선 후의 원칙도 필요하다. 수시로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양다리 폴리페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일정기간 이상 강의와 연구를 하지 않은 사람이 보험처럼 교수직을 유지하는 건 곤란하다. 많은 등록금 내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생각해야 한다. 교수는 명예직이 아니다.

고운석 <시인.남발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