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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四川省)의 수도는 성도(成都)다. 사천성의 서쪽을 촉(蜀), 동쪽을 파(巴)라 불렀다. 사천성이 워낙 넓다보니 파(巴)지역인 중경(重慶)은 직할시로 분리되었다.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가릉강, 부강, 타강, 민강이 흐르고 있어 사천(四川)이라 부른다. 면적이 한반도 두 배가 넘고 인구도 9천만 명에 이르며, 티베트족, 강족(羌族), 회족(回族), 묘족(苗族) 등 많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촉의 개는 해를 보면 짖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흐린 날이 많아 해가 뜨면 이상하다는 뜻이다. 당나라 유명한 시인 이백(李白)의 촉도난(蜀道難)에 ‘아! 높고 험하여라! 촉으로 가는 길은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구나,

서쪽을 가로막는 산은 새들만 날아가네’ 라는 유명한 시가 있다. 성도는 우리와 일찍부터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신라의 무상선사(無相禪師)는 왕자로 태어났지만, 중국으로 건너가 승려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상선사의 명성을 듣고 몰려들었으며, 안록산(安祿山) 난을 피해 온 현종(玄宗)도 그의 설법을 들었을 정도로, 당대의 많은 승려들이 그를 찾아와 구원과 선(禪)을 배웠다. 원나라 말기 촉 땅에 웅거하면서 1363년 대하(大夏)를 세운 황제가 명옥진(明玉珍)이다.

그 뒤 아들 명승(明昇)이 왕위를 이어받았으나, 명나라에 망하자 1372년 어머니와 함께 고려에 망명했다. 공민왕은 이들을 국빈으로 대접했으며 후손들은 명(明)씨로 사용하고 있다. 또 한사람 천만리(千萬里)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운 장군이다. 그는 아들 천상, 천희와 함께 군량수송을 담당하였고 평양, 곽산, 동래 등지에서 전공을 세워 ‘충장공’이란 시호를 받았다. 그 후손들이 천(千)씨다. 명씨와 천씨가 성도에서 온 것을 보면 우리와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이백의 촉도난에서 묘사된 것처럼, 접근하는 길도 요새처럼 험한 데다가, 깊은 오지가 많아 전쟁을 피해 숨어살기에는 딱 좋은 지역이었다. 양자강 삼협(三峽)의 하나인 구당협(瞿唐峽)을 드나들려면 수백m 절벽 사이 급류가 몇㎞나 이어진 계곡을 배로 타고 지나가야 했다. 촉은 오지이자 천혜의 요새였다. 삼국시대 제갈량이 천하를 삼분(三分)하여 유비(劉備)의 터전으로 삼게 한 것도 그 때문이었으며, 위(魏)나 오(吳)가 함부로 촉을 정벌하지 못했다. 유비는 삼협을 나서 이릉(夷陵)에서 졌고, 제갈량도 검문관(劍門關) 밖 오장원(五丈原)에서 죽었다.

강유(姜維)가 3만 병사로 위나라 10만 대군을 물리친 것은 이곳의 지형 때문이었다. 성도에 가면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라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풍광이 빼어나고 유적도 풍부하다. 3천년전의 삼성퇴(三星堆)문화가 발견된 곳이며, 제갈량의 사당인 무후사(武侯祠)가 있다. 매일 저녁 북경의 경극(京劇)과 같은 사천의 천극(川劇)이 공연되며, 대표적인 것은 얼굴이 변하는 변검(變臉)이 유명하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도강언(都江堰)은 2,500년전에 제방을 만든 것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고,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구채구(九寨溝)도 유명한 곳이다.

도강언이나 두보초당에 가면 김영삼, 노태우 전대통령과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의 사진이 걸려 있다. 김구(金九)선생의 백범일지에 “중경(重慶)에서 폭격을 당할 때 중국의 국민성이 위대한 것을 깨달았다. 높고 큰 건물이 삽시간에 재가 되는데도, 집주인들은 한편으로 가족 중 피살자를 매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생존자들은 불붙지 않은 나머지 기둥과 서까래를 모아 임시 가옥을 건설하였다.

만일 우리 동포들이 저 지경을 당하였다면 어떠할까? 화가 나느니 성이 나느니, 홧김에 술을 마신다, 성남 김에 싸움을 일으킨다하여, 소란만 일으키고 태만하지나 않을까”라는 중국 사천 사람들의 인내심이 기록되어 있다. 이백, 소동파(蘇東坡), 등소평(鄧小平), 주덕(朱德)의 고향이다. 이 아름다운 사천성에 대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서 많은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의지가 강한 사천성 사람들은 반드시 극복하고 일어날 것이다. 사천성 사람들이여, 힘내세요!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