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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와 산업화는 우리 가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1960년대를 계기로 산업화의 물결이 일렁이면서 농경사회로부터 탈피되기 시작하였고, 근대화의 터전이 마련되었다. 논과 밭은 콘크리트 혁명이 이루어지고 젊은이들은 농경을 벗어나 산업화의 전선과, 교육을 위해 대도시를 향한 대 이동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농촌은 공동화 현상과 노령화가 생기게 되고, 가족의 범위는 축소되어 핵가족의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근대화의 시작은 무한경쟁사회를 만들었고,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 부담을 주기도 하였으며 결혼의 적령(適齡)이 늦추어짐은 물론 저출산이나 무출산의 사고가 팽배해졌으며, 심지어는 싱글(single)생활을 즐기려는 추세마저도 만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토록 산업화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가정의 탈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오늘날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저마다 대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은 주위에서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돕고 협력하는 대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 결과 가족의 끈끈한 정과 결속력을 유지하는 일은 점차 더 어렵게 되어버렸고 겨우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의 만남으로 만족해야 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 서글프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나 우리 국민은 정이 많은 민족이다.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 간에 나누는 정은 지구촌의 어느 민족보다도 알뜰한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농경시대의 품앗이나 두레정신이 우리 민족의 끈끈한 정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우리 고유의 정서에 많은 부작용과 충격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 콘크리트 혁명이 이루어지면서 흙냄새를 맡기 어렵고 새장 같은 아파트 문화로 이웃을 외면하게 되었고, 몇 명되지도 않는 가족마저도 얼굴조차 보기 힘들게 되어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서로의 지원(support)이 어렵게 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정황은 가정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가족관계의 탈루를 암시하기도 한다. 한편 사회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오늘날의 자살이나 이혼 관계를 핵가족의 현상에서 찾고 있기도 한다. 즉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정신적 서포터가 점차 줄어드는 핵가족의 안타까움이 비련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먹고 살 것만 있으면, 농무(農務)에는 힘이 들어도 마음만은 행복할 수 있었다. 훈훈하고 정감이 넘치는 가족과 이웃들이 있었기에 등잔불 밑에서도 삶의 충족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근대화로 인한 기술문명이 발달되고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직접적인 대면보다는 간접적 화상 대면으로 가족의 역할이 변화되는 시대이기에 가정(가족)이란 따뜻하고 포근한 복음의 의미가 상실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나 물질적인 세속화가 가족관계를 변화시키고 오늘날의 비련의 사건들을 만들고 있음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시대적인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도 본능적 혈연의 정은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시대에 적응하는 원만한 가족관계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