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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그만큼 오월은 우리에게 찬란하게 다가온다, 그리하여 꽃잎처럼 화사하게 송이송이 벙글어져야 하는 가정의 의미를 광주의 오월이 보여 주었던 한 삶으로서의 공동체 정신을 아로 새겨주고 간다.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처럼 솟아오르는 청춘의 기쁨이 있다. 신록이 아름답게 대지를 물들이는 날 이 땅을 돌아보는 조물주의 자애로운 손길을 불현듯 느끼는 듯하지 않는가? 우리의 오월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는 아름다움이 있다.

꽃무더기 속에서 밝게 웃는 어린이들의 얼굴 이 어린이들을 돌보는 어버이의 손길 자연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노스승의 말씀, 그리고 청춘의 불끈 솟는 힘으로 이 나라의 현재에 임해 있는 청년들, 이러한 의미들을 이끌고 오월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얼굴은 밝지가 않다.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우리의 뇌리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했던 어느 아버지의 비정한 부성애, 어린 소녀들을 유인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악덕 포주들,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절단하였던 어느 슈퍼 주인과 택시기사의 이야기는 인간이 물질로 인하여 얼마만큼 잔혹해 질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물욕으로 인한 인간의 자기 표기 현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도덕적 가치의 문란도 우리의 마음을 암담하게 한다. 학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꾸지람을 하는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무차별적 폭행과 폭언 그리고 우리를 더욱더 참을 수 없게 만드는 패륜아들의 부모 폭행과 유기 행위 등은 우리사회의 도덕적 가치 붕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총체적인 정신의 위기상황 속에 살고 있는 듯하다. 물질 추구의 맹목적 동물성에 의해 가정이라는 의미가 산산이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난국은 경제 시스템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함으로서 단기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그러나 도덕성의 붕괴는 국가나 구성원 전체의 인간성 회복이라는 장기적인 전망 하에 치유될 수밖에 없다. 가정의 달 오월이 갖는 인간적 의미는 어린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일의 즐거움 그리고 양육과 교육을 맡은 이에 대한 감사함, 성인으로 성장하여 책임을 떠맡으려는 성장의 기쁨 등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떠맡아야 하는 교육적 잠재력이라고 본다.

교육은 가정에서 비롯되어 학교에서 세련되고 사회로 이전된다. 이를 통해 볼 때 근본적으로 인간을 개선하고 치유하는 교육의 힘은 교육 담당자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가 가지고 있는 종합적인 잠재력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월을 지나면서 우리는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에 대하여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사랑과 스승의 자애로움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의 현재에 당면하여 있는 청소년들의 힘과 의지에 대하여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오월이 아름다운 이유는 신록으로 인하여 푸른 불길이 잡히는 대지의 생동하는 힘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모여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삶이 가져다주는 진실과 기쁨을 되새겨보게 하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이 오월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밝고, 말고 여린 나뭇잎의 새순같은 오월은 이제 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름다움의 장도에 따라 그 나라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복지 수준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오월을 돌아보며 참다운 인간관계의 회복을 염원하고 그 열쇠를 가정과 교육이라는 단어에서 찾는 이유이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