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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가장 민주적이며 훌륭한 인물을 선출하는 것은 로마 교황을 뽑는 것이다.

교황(敎皇)은 예수 그리스도의 첫째 사도인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최고의 직권을 행사하는 직위다.

교황이 궐위(闕位)시 20일 내에 시스티나 성당에서 80세 이하 추기경(樞機卿) 120명이 참석하는 비밀회의인 콘클라베를 열어 다음 교황을 뽑는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중에는 외부와 일체 소통이 금지되며 통신수단도 소지할 수 없다.

추기경들은 본인에게 투표할 수 없고, 자신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즉시 제명된다. 투표결과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투표용지를 태운 연기의 색깔로 알리는데, 검은 연기는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표시하고, 교황이 선출됐을 경우에 흰 연기를 피워 올린다.

오는 7월 광주광역시 의회를 비롯 각 구의회(區議會) 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교황식 선출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장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교황 선출방식으로 치러지는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민주적이고 훌륭하다고 여기는 교황식 선출방식을 마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로마 교황을 선출하는데는 뒷거래가 없지만, 의회 의장을 뽑는 데는 것은 많은 뒷거래와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의장으로 선출된다하더라도 존경받을 수 없고, 후보가 부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하다 보면 담합(談合)과 뒷거래가 횡행(橫行)할 수밖에 없다.

또한 후보 물망(物望) 전부터 비방(誹謗)과 음해성(陰害性) 소문이 떠돌고 끼리끼리 뭉쳐 갈등을 빚는 등 과열,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투싸움과 나눠먹기 등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밀실에서 담합과 뒷거래 등으로 의장단을 선출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전반기 의장단선거 때도 밥그릇 싸움으로 파행을 빚었으며 심각한 후유증을 겪지 않았는가. 의장을 비롯한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은 의원들끼리 나눠 먹는 자리가 아니다. 선거는 후보등록을 거쳐 공약을 발표하고 검증을 받는 등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장에 뜻이 있으면 지역현안이나 의회 운영 등에 소신을 밝히고, 비록 간접선거라 하더라도 시민들의 마음속에 할만한 인물이 되었다는 심판을 받아야 한다. 기존 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후보 등록 후 후보자 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하고 있는 데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의장 후보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며 이번 의장선거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보 등록이나 소견 발표 등의 절차가 없이 모든 시의원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고 투표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공약이 있을 수 없고 의회를 이끌어갈 능력과 자질은 뒷전으로 밀려, 민주적 절차는 무시된 채 뒷거래만 오고갈 것이다.

현행 의장선출제도는 의장후보가 시의원 19명중 10명을 확보해 의장이 될 경우 자신에게 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상임위원장단 자리를 배분한데다 임기동안 주류가 돼 의사일정과 내용을 마음대로 결정지을 수 있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당초 취지와 달리 주민의 대의기관 수장을 뽑으면서 자질이나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각 구의회 의장 선출도 같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의장은 성격이 비슷하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의 의장과 같은 지위는 당서기(黨書記)로 시장(市長)보다 위에 있다. 중국과 교류할 때 시장보다 더 많은 대접을 받을 수 있고, 광주시나 구(區)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중국의 당서기들은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수준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의장이란 뒷거래로 되어서는 안 되며, 그 자리는 지역을 빛낼 수 있는 위치이다.

단체장보다 권한은 없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크며, 외국에 나가면 지역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의회나 구의회 의장은 품격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며, 국제적인 감각이 손색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광주시나 각 구(區)를 알리는데는 시장이나 구청장도 필요하지만, 의장도 중요하므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뚜렷이 갖춘 인물이 뽑혀야 된다.

姜元求 <동신대 초빙교수. 한중문화교류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