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며칠 전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업체들이 운송료 인상에 전격 합의했지만 아직도 파업의 불씨는 남아있다. 즉 업계의 고질적인 다단계 알선 등 낡은 관행에 묶여있는 현 화물 운송 시장 구조에서는 언제든지 또 생계형 집단 운송 거부사태가 재연할 수도 있다.

이번 파업사태는 그간 정부가 물류산업에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서 충격을 준 사건이 되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면서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비조합원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해 정부로서는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화물연대 파업은 결국 화주의 운송료 인상을 통해 해결됐지만, 지금까지의 화물트럭 운전자들의 현재의 물류체제를 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따라서 다시 정부나 화주기업들은 물류대란이 또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물류업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점을 절감했을 것이다.

물류는 사실상 산업의 동맥이나 다름없다.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물품을 수송해주는 막대한 영향이 있는 구조다.

즉 제3자 물류업(3PL)은 화주와 운송사, 창고업자를 연결해주고 통관 업무와 항공, 선적, 하역 등 물류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이번 파업사태로 트럭 운전자들은 처음에 제시했던 운송료 인상 목표 3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5년간 묶여있던 운송료를 두자릿 수 이상 올림으로써 생계에 큰 도움을 받게 됐다.

협상은 타결됐지만 표준 요율제 도입이나 화물연대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 민감한 쟁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아 언제든지 물류대란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합물류기업이 성장하면 다단계 하청 구조가 발생할 여지가 없고, 전체 물류 시장도 커져 자연스럽게 화물차 공급 과잉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한경 밀레니엄 포럼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큰 기업들은 제대로 물건 나르는 물류회사가 아니어서 중간의 다단계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화물연대 파업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며 "미국의 DHL 같은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에 나와서 물류사업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해 종합물류업 육성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아울러 화물차의 공급이 넘쳐 운송시장에 수급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세금 1천억원을 들여 화물차 3천600대를 감차 하기로 했다.

이 조치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물류산업 선진화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부, 화주기업, 운송업체, 트럭 운전자들의 공동보조가 이루어진다면, 파업으로 인한 손실 중 일부라도 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