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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쏟아 붓는 것만 같던 정국이 한숨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최대 현안인 한. 미간 쇠고기 파동을 해결하기 위해 양국 대표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음으로서 어떠한 형태로든 중재안이 모색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물류를 올 스톱시켜 경제적 파국이 염려되던 화물연대의 파업도 여러 곳에서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점차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정부의 ‘예방능력’과 ‘중재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정부가 미국 측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경우 국민적 저항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예견하였던들 이처럼 엄청난 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경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는 화물차 운전자의 생계가 막연하게 되고 이는 곧 파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였다면 정부는 이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이러한 예방조치가 취해지지 못해 파업과 같은 불행한 사태로 발전하는 경우 정부는 조기에 이를 조정하여 진정시켜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국가에 세금을 내고 권력을 위임하는 것은 곧 정부가 이처럼 예방능력과 조정능력을 발휘하여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러한 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정부. 여당의 역할 못지않게 야당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를 통해 국정의 흐트러짐을 방지하는 실로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는가하면 언젠가는 국정을 담당할 ‘예비부대’로서 국민이 믿고 신뢰해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쇠고기 파동과 화물연대의 파업사태 속에서 우리의 야당은 제 역할을 다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을 이야기하면 그렇지 못했으며, 오히려 국민을 실망시킨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하겠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에 그 기본을 두고 있으며, 대의제의 근간은 곧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의회의 활발한 활동에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국가에 어려움이 닥칠수록 국회를 중심으로 그 선후책을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쇠고기 파동에 있어서도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미국 측에 우리의 민의를 전달하고, 정부의 외교를 뒷받침했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역할은 수행하는 데는 여당보다도 야당이 더욱 유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야당은 등원을 거부함으로써 국회가 원(院)마저도 구성하지 못하는가 하면, 의원들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선서’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그들은 국회에서의 활동보다는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시간이 흘러 그들이 세비(歲費)를 받아야할 때가 되었고, 일부 여당 의원들이 세비 반납운동을 전개한 가운데 야당은 이를 정략적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이러한 모습들이 어떻게 비춰질 것일까.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