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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일부터 실시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위한 서비스 계약을 위해 수급자 가정을 방문했다.

수급자 가정에 도착하니 객지에 있다가 주말이 되어 부모님을 뵈러 온 아들이 있었다.

곧바로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시작하였고,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은 후 서비스 계약을 위해 계약자 자필로 서류작성을 부탁하며 말했다.

"서비스에 대한 개인부담금이 15% 있습니다. "

수급자 요양등급이 2등급 판정이 났기에 13만원이 조금 넘었다.

"5만원에 해준다고 하던데요?"

하지도 않은 말로 유혹해온다.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혹 다른 기관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나 그것은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하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년이 될지 모르는데…….”

"그러면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서비스 시간을 조금 줄여봅시다. 하루에 2시간 방문요양- 주 5일, 목욕 주 1회로 하면 개인 부담금이 8만 원 정도 되겠습니다. "

"그럼 목욕을 월 2회로 줄여주시오."

이때 듣고만 있던 아버지가 끼어든다. "얘야! 목욕은 너희들이 와서 시켜주면 되지 않니?"

"아버지, 얼마나 무거운데요. 힘들어서 못해요."

이때 서울에 있는 딸에게서 전화 온다.

아버지가 전화 받고 어머니는 침대에 누운 채로 쳐다보고만 있다.

"5~6만원에 맞추려고 한다."

조금 더 통화를 하다가 끊는다.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아들이 다시 말한다.

"국장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희가 서비스를 100% 받았다고 사인을 해드릴 테니 15%의 개인부담금을 거기에서 제해주시면 어떨까요?"

'아이쿠! 이게 무슨 소린가?'

"아~! 예. 그것 참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서비스 기록하면서 하루 4시간 방문요양을 기록하면 그 시간 이내에는 다른 수급자 서비스 하지 못하게 됩니다. 혹 부정한 기록으로 서비스 수가 청구가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저희는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혹 다른 요양기관에서 무료로 해 줄 테니 서비스 계약을 하자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게 되며, 또한 부정한 돈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됩니다. 이것은 효도가 아니라 부모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요, 부모님께 독약을 드시게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 그렇게 되는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하게 되었군요."

"저희 요양보호사가 정성을 다하여 서비스를 하게 될 것입니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계약한 것 이상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하게 될 것입니다.

혹시 다른 기관에서 부정한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있거나 유혹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정리하십시오, 이것은 질서를 허무는 일이며 부모님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잘 알았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저희들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부담금이 부담스럽다고 부정하게 계약하지는 않습니다. 이 질서가 깨어지면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실패하게 되고 결국 우리의 어르신들은 상품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불효자식이 되는 것입니다."

개인부담금 몇 만원 때문에 서비스 시간을 줄이고, 목욕회수를 줄이겠다는 줄다리기 하다가 서비스계약이 체결되었다. 그 자리에 어머니 아버지 다 계셨고, 개인부담금을 깎으려는 작전에 서울에 있는 딸이 주도하고 있었다.

전자계산기를 두들겨가면서 설명하여 드렸고, 꼼꼼하게 서비스 시간과 내용을 기록하면서 응수하는 보호자의 맞대응은 예사롭지만 않았다. 앞으로 장기요양보험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는데 있어서 엄청난 유혹과 회유가 있을 것이다.

"부정한 돈으로 부모님을 공양하시겠습니까? 그것은 부모님에게 독을 마시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 모든 효도를 나라에 맞기고 주말에도 부모님에게 찾아오지 않고 자기들 세상으로 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개인 부담금 몇 만원 깎기 위해서 1주일에 1번, 한 달에 4번 하기로 한 방문목욕을 2번으로 줄이는 아들, 그 옆에 어머니가 침대에서 누워 보고 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처참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으나 참고 돌아왔다.

"당신은 하루에 한번 이상 샤워도 하고 수시로 목욕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형제들이 몇 명이나 되면서 어머니 목욕을 한 달에 4번에서 2번으로 줄이겠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렇게 누워만 계신 분은 욕창이나 다른 피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당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향한 진실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여름 한복판에서 노인복지센터에서 근무한다는 한 가지 이유로만 주말 오후 늦게까지 농촌 골짜기 수급자 가정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서비스 계약을 마치고 농로 길을 빠져 나오는데 아기 벼들이 파릇하게 잘 자라고 있는 논에서 청개구리들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글=김성구 (시인,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1급) 전남 화순군 화순읍 교리 011-646-7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