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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의 나이가 올해로 꼭 60이 되는 해이다. 1948년 7월 17일에 현대국가의 체제를 마련한 헌법이 공포되었다. 광복이후 3년간의 미군정을 지나 비로소 국가의 근간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 헌법은 60년의 세월 속에 아홉 번이나 개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제헌절이 국경일에서 제외되어 국민들로부터 제헌의 의미마저도 잊혀 질까봐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헌법이란 국가체제의 근간이며, 국가운영의 좌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법의 최상위법이며 모법(母法)이되고, 국가나 국민에게 거울이 되며,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럼 잠시 우리 헌법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1948년 5월 10일 제헌국회의 선거가 실시되고, 당해 5월 31일 국회가 개원되어 28차 회의를 걸쳐 단원제와 내각제를 가미한 대통령제 헌법이 7월 17일 공포되었다.

이후 52년 1차 개헌, 54년 2차 개헌이 있었는데, 1차 개헌은 통치기구를 조정하는 것이었고, 2차는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대통령 중임제한 배제가 핵심이었다. 이때 바로 우리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게 되었던 사사오입(四捨五入)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3차 개헌은 60년도 3·15 부정선거로 인한 4·19 학생의거가 일어나 권력구조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의원내각제로 전환되었고, 4차 개헌은 3·15 부정선거를 저지른 주모자 처벌을 하기위한 소급입법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개헌이었다. 5차 개헌은 5·16 군사혁명이후 정부 형태가 다시 대통령 중심제로 되고, 6차 개헌은 대통령의 연임회수를 연장한 소위 3선 개헌이었다.

7차 개헌은 72년 10월에 단행했는데,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었던 유신헌법의 개정이었다. 8차 개헌은 79년 10·26 사태와 80년 5·18 민주화 운동으로 국가적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확대한 개헌이었고, 87년 9차 개헌은 6월 10일 민주화 운동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라는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개헌한 것으로 노동 3권 보장, 최저임금제 실시, 구속적부심사청구권 보장 등, 현대 민주주의를 한 차원 높였던 개헌이라 볼 수 있다.

이토록 60년의 역사 속에 수많은 인고(忍苦)가 서려있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져 있는 민초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탄생 60주년을 맞는 우리 헌법은 국경일에서 마저 그 자리를 잃게 되고, 변화된 시대상의 요구를 받기도 하며, 또 다시 개정의 논의가 정치권이나 사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의 역사는 그 나라의 역사와 같다. 변화를 추구하는 의미에서 발전된 방향의 개헌 문제는 논의될 수 있으나, 특정 집단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오는 개헌논의는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숙고의 결정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아홉 번의 개헌이 진행되었지만, 2차, 6차, 7차 등의 개헌은 민주정치의 원색에서 퇴보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헌법의 중력은 무한하며, 국가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국민의 의지가 스며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60번째 맞는 우리 헌법의 생일을 자축하며,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고민의 시간도 함께 하면서 의미 있는 제헌의 역사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