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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북측은 또 한 번의 만행을 범하고 말았다. 그들의 주장을 보면, 고(故) 박왕자씨가 군사경계지역을 넘어 왔기 때문이라는 비인도적 이유만을 내세우며 오히려 자기들이 저지른 피격행위를 남측에 전가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음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은 98년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동족의 연민을 느꼈고, 김대중 정부가 내세운 햇볕 정책에도 긍정적 공감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작금(昨今)에 일어났던 박왕자 씨의 피격 행위는 동족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북정책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기 한이 없다. 막말로 우리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관광을 금지한다면 현대아산의 수입원에는 다소의 차질이 생길지 몰라도 정부재정이 어렵거나, 국제적으로 우리 국민의 위상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측의 재정수입에는 막대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로부터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북측에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오죽하면 반공주의자들은 북측 지원에 불만이 컸고, 햇볕정책이나 여타의 대북지원정책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도적인 측면과 동족적 애정으로 그들의 투정이 있을 때마다 10년간의 지원은 인색함이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은 MB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와의 대북정책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비앙거림을 일삼고 있더니 우리 관광객이 경계구역을 조금 넘었다 하여 피격까지 했다는 것은 동족이기를 망각하고 있음이 분명한 듯하다.

더욱이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사고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들의 반인륜적 행위에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명승지 종합개발지도국의 주장대로 경계구역을 넘은 사람을 보고 공포탄까지 쏘면서 정지하라고 하였으나 도망을 갔기 때문에 사격을 했다는 궁색한 변명은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인간의 생명을 초개같이 여기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믿지 못할 사람들이다.

지난 2006년 5월 25일에 예정되었던 경의선과 동해선등 남북철도시범운영 계획을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하더니 다음날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와 한국 내에 인공기 소각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책임이 남측에 있다고 억지 주장을 하는 등, 2002년 6월 29일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북방한계선을 침범하고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출동한 우리 해군정에 선제기습공격을 해 놓고도 남한의 선제공격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고 생떼를 쓰기도 한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

그들은 남한의 햇볕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설령 이번 피격사건이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의 진상조사단의 입북을 왜 불허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는 제발 끌려가는 대북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 동족의 입장에서 인륜적 체면이 오히려 구겨지고 있는 느낌이다.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다. 진상규명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북측의 책임 있는 당국자의 정중한 사과와 유족의 보상이 없다면 금강산과 개성관광은 단절되어야 할 것이며, 인도적인 식량지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서길웅 <서강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