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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有備無患)보다 더 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고사성어 ‘거안사위(居安思危)’가 있다. 중국 고전인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로 ‘편안할 때에도 위험이 닥칠 것을 생각해 이에 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데 우리나라는 권력싸움이나 하다 100년 전 대한제국의 군대가 해산되었다.

1907년 8월 1일, 일본군 보기병의 삼엄한 경계 속에 군대해산식이 거행되었다. 황제 순종은 전날 이미 군대해산 조칙을 발표했다. 제국이되 제국이 아니었고, 황제였으나 황제가 아니었다. 해산식 장소는 유서깊은 훈련원(지금의 을지로 일대)이었다.

그곳에서 병(兵)과 역(力)을 길렀으니 조선시대 무(武)의 산실이었다. 숱한 조선 무장의 혼이 서려있는 훈련원에서 대한제국군 장교들은 차고 있던 칼을 뺏겼다. 아무 영문도 모르고 도열해 있던 장병들, 그들의 견장이 뜯겨 나갔다. 병사들은 목놓아 울었다. 거의 같은 시각, 시위대 병영(지금의 서소문 근처)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곳에는 황제의 가장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황실의 경호를 맡고있던 최정예부대인 시위연대 1대대장이 목숨을 끊었다. 참령(소령) 박승환이었다. 그는 유서를 남겼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로서 충성을 다하지 못했으니, 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다” 그러자 격해진 장병들이 무기를 다시 들었다.

일본군과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졌다. 구원군은 어디에도 없었다.

총탄이 떨어지자 주먹을 쥐고 달려나갔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제국의 군인답게 용감하기는 했지만, 그 숫자나 지닌 무기는 제국의 군인답지 못했다. 정오까지도 버티지 못했다. 을지로에는 울음이, 서소문에는 피가 흥건했다.

한 나절 전투에 죽은자 68, 다친자 100, 살아서 잡힌 자 516, 살아남은 자 더러는 이 땅을 떠났다. 남의 땅에서 내 땅을 향애 총을 겨누는 독립군이 되었다. 군대 없는 나라의 끝은 식민지였다. 그날 이후 1948년 대한민국 국군이 창군할때까지 41년 동안 이 땅에는 우리군대가 없었다.

대한제국의 군대는 1개 사단 규모의 적도 상대하지 못했다. 군대 해산에 동원된 일본군 병력은 1개 사단,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들을 진압할 때는 2개 사단으로 족했다.

일본군 2개 사단을 상대하지 못하고 나라를 뺏겼다. 100년 학교, 100년 건물, 100년 제품, 100년 나무는 기념하는데 100년 전의 ‘군대 해산’은 아무도 더듬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부족, 2년만인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략으로 불바다가 되었다. 많은 재산과 많은 생명을 잃고, 미국의 개입으로 1953년 7월 27일 포성이 멈추었다. 하지만 공산화는 면했지만 지금까지 통일을 뒤로한채 후전상태다.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온다면 오직 좋을까만, 가까운 장래에 그것이 가능할까. 평화협정의 성급한 ‘선언’만으로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1967년 이수근 위장 귀순사건, 1968년의 울진-삼척 공비사건과 미국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청와대 기습사건, 1976년의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등은 옛이야기라 치자, 2002년 서해교전과 06년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07년 시험발사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 개발, 상습적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침범 및 재획정 주장 등은 북이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았음을 웅변한다. 전면전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 평화는 아니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살이 이를 증명한다. 한데도 놀라운 것은 친북좌파로 의심되는 세력의 행동이다. 이들은 지금 ‘군부독재 끝내야’한다고 말하면서도 세계 최약의 독재자로 선정된 김정일 체제에 대해선 침묵한다. 그러면서 북한찬양 문건을 흘리고, 6·25를 북침이라 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에서 보듯 박왕자씨의 죽음이 북한군이 아니고 미군이나 우리군이였다면 촛불시위가 아니라 나라를 뒤집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도 이들은 “밤에는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낮에는 운동역량의 촛불을 들든가 해 사회를 마비시켜야 한다”고 하고, “노동자 파업 학생농활, 농민투쟁 등을 고려해 집중 투쟁 비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다. 해서 이들에겐 전경엔 인권 없고 폭력시위대만 인권 있다.

그러니 폭력을 유도하거나 폭력을 합법화 하려고 한다. 이렇다보니 진정 ‘애국심의 촛불시위’까지 희석 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간첩은 이제 없다며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한다.

통일하자는데, 북한을 돕자는데 반대한 사람이 없는데도 그런다. 이때문에 북한특수부대 출신 김신조 목사가 ‘북에 대한 경계의식이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통일론에 취해 북한에 속지 말라는 뜻도 담겨있다. 다함께 새겨야 한다.

고운석 <시인·남구발전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