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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과 2006년에 파문을 일으켰던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에 대한 ‘테러 위협 사건’의 미스테리가 잘 풀렸는지 궁금하다.

당시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 과정에서 운동권 인사들이 2004년 황씨에 대한 테러 위협을 모의한 정황이 담긴 메모를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국가 정보원과 서울 경찰청이 2007년 4월 좌파단체 간부인 S씨(여) 의 집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이 메모는 “황(황장엽) 활동을 정지하도록 해야 한다. ‘처단과 응징’ ‘협박’은 북과 직접 연관성이 없도록 해야 한다. 협박장 명의는 유령으로 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에 누가 했는지 황씨에 대한 테러위협은 외부에 알려진 것만 두 차례 가량 있었다. 한데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간 통일 안보 교육은 심하게 왜곡됐다.

‘햇볕 정책’이란 미명아래 자행된 원칙 없는 대북 포용 정책과 구호에 불과한 자주로 친북 풍조가 횡행했고, 반세기 이상 지속되온 한미동맹은 방향을 잃었다. 국민에게 균형잡힌 국제적 인식을 심어 줘야할 정부는 오히려 386세대의 좌(左)편향 이념 공세에 함께 놀아났다.

그 해답은 공비사건, 서해 교전, 상습적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과 ‘박왕자씨의 죽음’이 증명한다.

최근 인터넷 뉴스 아래 달린 댓글들은 “독재자 비자금만 불려주다 ‘관광 살해’ 당했다” “광우병 쇠고기 먹고 죽을 확률보다 금강산 가서 죽을 확률이 높으니 어찌된 일인가” “비료고 쌀이고 다 중단해야 한다”는 반북여론 일색이다.

금강산 해변에서 박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는데도 대북 유화책을 담은 원고를 그대로 읽은 이명박 대통령의 무능과 안이를 비판하는 여론도 높다.

야당인 민주당도 도로 열린우리당이라선지 사건 직후에는 대북 유감을 표명을 하지 않고 정부의 늦장 대응만 비판하다가 여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14일에서야 북의 과잉 대응을 성토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집권시절 이끌어 낸 금강산 개성관광에 대한 애착이 있겠지만, ‘이번 사건과 남북대화는 별개로 봐야한다’는 성명은 잘못된 것이었다.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진보연대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사건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해 남북관계 경색을 추구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박씨를 애도한다고 하면서도 비무장 여성 관광객을 총질한 북한의 만행은 비판하지 않았다. ‘국민 건강권’을 내세워 미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친 사람들이 정작 북한이 침탈한 ‘국민 생명권’에 무감각한 것인가. 북한은 관광객을 죽여도 좋다는 것인가?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11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남북관계 전반에 어려움을 조성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민노당 홈페이지는 촛불 집회와 쇠고기 수입 반대 글만 가득하다. 반면에 민노당에서 갈라져 나온 진보신당은 “친북당 이미지를 벗겠다”며 ‘종북(從北)주의’를 정면으로 겨냥해선지, 북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조사를 거부한 무책임하고 독선적인 행동을 비판했다.

민노당 내 다수였던 ‘종북주의’를 비판하고 탈당한 소수 ‘반북좌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노당과 왜 갈라졌는지 이유를 알만하다.

인간 생명과 인권 문제에서 좌우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친북 좌파는 그동안 북한 주민의 인권에 입을 다물었다.

민노당과 진보연대는 촛불 시위에서 입버릇처럼 ‘독재타도’를 외쳤지만, 정작 국민 생명을 앗아가는 김정일 독재 집단에 눈을 감고 있다. 그러고도 대한민국 국민인가 묻고 싶다. 박씨 피격 사건은 이념적 잣대로만 볼 수 없다. 관광을 간 무고한 민간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소박한 촛불들을 보고 싶다.

고운석 <시인·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