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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수입재개가 한미 FTA의 선결 조건 중 하나이며, 이명박정부의 쇠고기협상과 두 차례의 추가협상이 미국 축산업계가 요구한 내용을 충실하게 수용한 것이라는 사실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우선 2007년 5월 25일 공개된 미국 농업무역정책자문위원회(APAC)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 축산업계는 한미 FTA 협상이 끝난 이후, 도축장 검사의 동등성, 한국수입검역증명서, 미국농무부 생산과정 증명프로그램 인정(PVP‘s) 등 3가지 내용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었다. 이를 추가협상 결과와 비교해 보자.

첫째, '쇠고기 도축장 검사의 동등성'은 미국 농무부가 승인한 도축장을 한국정부가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동등하게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수출용 도축장의 승인권, 취소권을 미국정부가 갖게 된다.

둘째, 수입검역증명서 기재내용도 완화되어 “수출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소(도축소)는 광우병감염이 의심되거나 광우병감염이 확인된 소 또는 국제수역사무국의 육상동물위생규약에서 규정된 광우병감염소의 새끼와 새끼로 의심되는 소 또는 동거소가 아니어야 한다.”는 조항과 월령표시도 빠졌다.

셋째, 미국농무부 생산과정 증명프로그램(PVP)은 미국 축산업자들이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요구사항으로 미국정부가 직접 보증하는 강제적 프로그램인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고,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생산과정 증명프로그램(PVP)으로 바꾸기를 원했다. 그런데 지난 5월과 6월에 두 차례에 걸친 추가협의에서 미국 축산업자들이 원했던 생산과정 증명프로그램(PVP)보다 훨씬 더 못한 품질체계평가(QSA)를 합의해준 것이다.

반면 미국축산업계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미국농무부가 광우병 발병 우려가 제기되는 캐나다산 수입소를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미국 축산업계는 "미국소비자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30개월 이상 캐나다산 소의 수입완화조치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 공개된 미국 농무부의 감사 보고서를 보면, "캐나다산 소에 대한 출생지 등 감정과 질병기록을 요구하는 연방정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백 마리가 그런 기록 없이 캐나다로부터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13차례의 광우병 확진 소가 보고되었으며, 미국을 포함한 북미 대륙 전체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한 해에 2000만 두 가량의 가축을 수입한다. 2006년 회계연도의 경우 수입된 가축의 70%가 비육 목적으로 수입되었으며, 캐나다산 수입 소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비육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그 소가 어느 농장에서 태어났는지도 추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2004년부터 연간 약 40만 두의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다가 2006년부터는 광우병 검사 건수를 4만 두로 무려 10분의 1이나 줄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캐나다산 소라고 할지라도 100일만 지나면 미국산으로 원산지가 변경되어 수입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글자 그대로 구멍이 숭숭 뚫린 광우병협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김상집 <참여자치21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