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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에 걸친 참여정부의 집권기간을 통하여 적지 않는 국민들이 참여정부의 지나친 ‘이념적 편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고, 그것이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가져온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민주사회를 움직여가는 기본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가 곧 ‘다양성’에 있고, 그를 통한 상호 견제만이 사회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 한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새롭게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당연히 참여정부가 보였던 이념적 편향성에서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과정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이러한 노력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진보는 이미 국민들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다시 쳐다볼 필요도 없고 모든 정책에 보수적 성격만 덧씌우면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단세포적 사고가 집권층 내부에 흐르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이 앞선다.

어느 정부든, 그 정책을 진단해보기 위해서는 인사(人事)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인사에서는 이른바 ‘고소영’이나 ‘강부자’로 표현되는 소위 사회 기득권층이나 엘리트 계층의 등장이 지나치게 많았고 이는 이미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바 있다. 이른바 대통령 자신이 실용(實用)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S라인’의 대거 등장이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경영이 무슨 동창회 이끄는 것도 아니고, 회사 경영하는 것도 아닐진데 어찌 친불친(親不親)과 능력만을 그 잣대로 삼을 수 있겠는가. 국가를 경영하는 인사에 있어서는 능력도 중요 고려 사항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사를 통해 국민의 통합(統合)을 이루어 내는 또 다른 기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 가운데 하나가 곧 대학 간 수준차이라는 현실적 문제이다. ‘SKY'라고도 하는 이른바 일류대학 출신이 능력 면에서 우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정자가 고른 인재 등용을 통한 국민통합을 도모하려 한다면 먼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러한 대학 간 우열의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물론 ‘세계화’다 뭐다하는 풍조 속에서 더욱이 실용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러한 조치를 기대하는 것이 난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서울대학교처럼 하나의 대학이 전 학문분야에서 최고를 싹쓸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관의 80%가 같은 대학 출신인 상황에서 무슨 다양성이 추구될 수 있고, 견제와 균형이 도모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선진 국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최고 지도층 구성에서 이처럼 마치 어느 대학의 동창회와 진배없는 모습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정치를 비롯한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전반에 걸친 특정 대학의 우월적 역할이 사회에 끼치는 폐단을 지적하여 왔고, 그 개선책으로 S대학의 축소?개편을 제안하여 왔다. 필자가 이러한 주장을 펴온 데에는 지도층 구성에서의 지나친 독점이 미칠 수 있는 폐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축소개편을 통해서만이 S대학이 세계의 일류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대학의 육성에도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하여 덩치를 슬림화함으로써만 세계적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질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하버드 대학이 좋은 대학인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최고는 아닌 것이며, 중국에서 베이징 대학이 좋은 대학이지만 모든 분야에서 1등은 아닌 것이다.

이제 우리도 분야별 최고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대학교육 정책이 바뀌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대학 교육정책을 변경하면서 여기에 지역균형발전의 개념을 함께 적용함으로써 분야별 최고 대학이 각 지역에 고루 분포되도록 유도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학에서 흔히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특정 대학 하나가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모든 분야에서 최고 지도층을 배출하게 된다면 국가를 움직이는 힘은 그 대학에 모아질 수밖에 없고 그 대학은 마치 치외법권처럼 국가 위에 군림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국가는 부패와 비능률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진정으로 선진국가가 되려한다면, 교육부터 분권 체제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분권화와 실용주의는 서로 배치되지 않고 상승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집권층이 깨달았으면 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