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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편성에 주민참여가 허용되었지만 주민참여가 제한적이라면, 이를 참여민주주의로 이해해야 할까? 아니면 위임민주주의의 하나로 보아야 할까?

2004년 3월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주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운영절차와 기준을 규정하고, 참여주체인 예산참여시민위원회 구성?운영, 연구회 구성, 예산에 대한 정보공개 등을 명문화한 것이다.

예산편성과정에 참여주체 조직인 시민위원회는 총 100명 이내로 구성하며, 지역회의와 비영리민간단체 추천을 통해 구청장이 위촉하고 있다. 여기서 주민참여예산제의 기본조직으로서 지역회의는 위원구성에 있어 공모제(동별 4명이상)를 원칙으로 하고, 지역대표성 부여를 위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3명)을 포함하여 동별 7～10명 정도로 구성 운영하고 있다.

브라질 참여예산제에서 주민총회는 지역별?의제별 요구를 수렴하는 것, 대의원과 평의원을 선출하는 것, 집행부의 업무 수행을 평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대의원들은 평의회와 시민 사이의 매개 기능을 하고 요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예산의 집행을 감시한다. 평의원들은 요구의 우선순위와 자원의 배분을 총괄하는 일반기준을 결정하고 집행부가 제출한 투자계획을 심의한다.

광주 북구의 지역회의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과 공모제로 구성 운영되고 있어 브라질 참여예산제에서의 주민총회와는 달리 아예 위임의 성격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회의를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사전설명회, 분야별토론회, 총괄토론회를 담아내는 주민총회의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집행부가 전년도 투자계획을 보고하고 금년도 계획을 설명하는 것, 주민과 집행부가 전년도 계획을 평가하는 것과 시민위원회에 파견할 위원을 선출하는 일이다. 이 지역회의의 주민총회에서 의제별 우선순위와 각 의제 내에서의 사업별 우선순위를 집행부로 전달하는 것이다.

광주 북구의 예산참여 시민위원회는 실질적인 운영주체로 예산학교를 주관하여 개최하는 등 주민참여예산제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위원회는 무엇보다도 예산편성과 관련하여 시민과 지역 단체를 시정부와 매개하는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시민위원들은 자치단체의 재정을 파악하고, 자원 배분을 위한 일반기준을 논의하고 확정하는 임무뿐 아니라, 지역과 의제별로 정해진 우선순위를 지방정부나 지방의회가 변경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주요한 임무가 있다. 동시에 의회에서 진행되는 예산안에 대한 논쟁을 모니터하고 의회에 압력을 가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주민참여예산제에서 심의하는 예산이 전체예산의 3%도 되지 않는 가용재원(자체예산) 심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고보조금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보조금 신청은 이미 4월에 끝났는데, 예산학교가 7월에나 열리므로 보조금의 분담금을 제외한 자체예산은 불과 전체예산의 3%에도 미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광주시에 국고보조금을 신청하는 4월 이전에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국고보조금 신청의 근거인 중기지방재정계획과 재정투?융자심의에 직접 반영하여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란 단순히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제도가 아니다. 예산편성과 심의, 집행과 성과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 투명성, 공정성,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이다.

김상집 <참여자치21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