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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가 벼슬자리에 있을 때에는 편지 한 장을 쓰더라고 남들에게 틈을 보이면 안된다. 요행을 바라는 소인들이 모여 들기 때문이다. 한데 권력이 넘쳐서인지 우리나라 의회정치를 보면 쓰레기 집하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외국도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여의도 정치의 더러운 꼬락서니는 올림픽 금메달 깜이다.

요즘같이 정치와 정치가에 대한 회의가 만연한 때도 드물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치가 있어야 하고 정치인과 각종 정치기구들이 존재해야 하는가.

그 많은 국고를 낭비하면서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 실속 없는 국회와 반복되는 직무유기를 반성조차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왜 필요한가.

국가 위기관리를 외면하면서까지 자기들의 몫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정당은 또 무엇으로 그 존재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인가.

정치는 사회적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며 정치가는 그러한 문제 해결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역할을 위탁받은 사람들이 모인 결사체가 정당이다.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우리네 정치판에서는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대신 욕을 얻어 먹는데는 메달감이라선지 정치판 뇌물 챙기기 수법은 경매감이다. 비리는 야당에도 있지만, 특히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주변엔 형·처남 땅 투기 선수와 딸·아들 위장 취업 선수, 사위는 ‘머니게임’ 선수로 등장하더니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 선수가 나타나 물을 먹고 교도소로 실려갔다.

최근에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 수영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처럼 하려다 유한열 고문선수, 김옥희 처형선수가 물에 빠져 개망신을 당하고 있으니 이를 보는 관중(국민)은 기가 찬다.

실지 병든 선수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뽑혀 나오니 한나라당의 시름이 깊다. 이전 사건들과는 달리 최근 국방부 납품 청탁 사건은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공성진 최고위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얽히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건에 연류된 선수들의 ‘견적’이 다르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무더위에 납작 엎드려 상황에 숨죽이고 있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 고문이라는 사람이 지위를 이용해 큰 죄를 지었다. 당원에 대한 배신이요 국민들께 불경이다.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가 8월 1일 구속됐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면서 3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사촌언니 김옥희 선수는 이중 25억 원을 돌려줬고 공천에 어떤 영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줄을 중요시 하는 우리 사회에선 역대 어느 정권도 친인척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대개 정권말기 들어 사건이 터지는 게 일반적이다.

정권 초기엔 그래도 도덕성과 원칙을 내세우며 권력 핵심부는 물론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도 나름으로 조심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선 그마저도 허물어진 것 같다. 한나라당 서울시의회 의장은 의원들에게 돈을 돌리고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는 거액을 챙기니 정권 출범과 함께 집권세력 전체가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진 셈이다.

이미 여러 분야의 국정 난맥으로 신뢰를 잃은 이 정권에 친인척 비리까지 터졌으니, 국민들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명박 정권이 비리를 넘고 살려면 다른 도리가 없다.

검찰이 사건을 뿌리까지 파헤쳐, 관련자가 누구이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축소하려다간 이 정권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고운석 <시인·남구발전협의회 상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