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을 말해 보자 | |
| 입력시간 : 2008. 08.25.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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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 전 무등을 찾았다. 바람재에서 제 일 수원지를 거쳐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면서 늙직한 솔에서 뿜어내는 그윽한 향과 아까시나무가 백색의 눈송이로 발산하는 꽃향기에 흠뻑 취해 무척이나 행복했었다. 하지만 한때 우리 시민의 젖줄이었던 제 일 수원지는 낡은 송수관과 색 바랜 물웅덩이로 올챙이 알만 기승을 부리는 초라한 몰골로 변해 있어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무등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팔팔한 정기를 다소곳이 모아 광주의 인물을 키웠던 저 거룩한 저수지가 신음신음 앓고 있다니 굳이 생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몇 군데 통제를 하고 있지만 무등산을 오르는 길은 족히 수십 갈래를 웃돌고도 남는다. 우리의 무등등한 어머니는 건강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등산객의 발길에 채이고 이것저것 캐느라 각종 도구로 헤집어 생긴 생채기 때문에 신음 소리도 작질 않다.
특히 소나무의 뿌리는 날로 달로 앙상하게 돌출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심히 우려될 지경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무등산에는 곱게 늙은 잘 생긴 노송들이 많다. 하지만 낙뢰에 대한 시설은 거의 없는 실정이고 병충해에 따른 예방이나 치료책 또한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는 광주와 전남의 방문의 해 이기도 하는데 만시지탄이나마 이를 기회로 위 두 지역의 상징인 무등산에 대한 전체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곧 학술적, 관광적인 종합 연구를 통한 보존이나 보호 및 적절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면 어떠할지...
경계할 것은 무슨 의지를 갖고 있으면 그것의 실천을 위한 예비적 준비를 충분하게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본론을 들이 내미는 경향을 보이는 조급성은 여러 역경을 불러들이기 십상이다. 경제적 산술적 가치 보다는 정서적이며 상징적인 가치를 보다 크게 지닌 무등산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또한 무등산을 현실 가치 창조의 하나로 보고 학술이나 관광 등 여러 용도로 활용하고자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이라는 비판을 할 생각도 역시 없다. 다만 나는 우리의 상징인 저 무등산을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와 우리의 후손에게 유익할 것인가를 차분하게 따져 보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집에 금송아지를 두고 밥을 굶는 행위도 어리석지만 금값이 조석으로 치솟는데 성급히 내다 처분하는 행동 또한 역시 현명치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작은 실천으로 무등산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무등산 곳곳에 세워져 있는 크고 작은 안내판의 정비는 가장 시급한 일로 생각된다. 예컨대 ‘바람재’란 푯말을 보면 그 유래나 내력 등 보조적 설명이나 안내가 부족하다.
또한 무등산 전체 조감도 역시 등산로 위주로 길 안내에 치중돼 있어 이곳에서 식생하는 화초나 수목이 어떤 것인지 궁금케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애정을 쏟기 마련인데 무등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게 너무 없지는 않은지 되새겨 볼 일이다. 무등은 평일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주말이면 등이 휠 정도로 수많은 인파의 무게에 시달린다. 이제 우리는 저 무등의 나이를 생각해서라도 아니 지금까지 존재 의의를 발휘해 온 공로를 기려서라도 좀 쉬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저 어머니를 돕는 일인지 뜻을 모으고 그 것을 실천하기 바라는 마음 절절하다.
다만 애정의 방법은 오로지 하나가 아니라는 평범한 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은 오월, 코끝에 스며드는 더덕향과 야생화 자태가 지친 심신을 청량케 맑히는 푸르름 뚝뚝지는 우리의 무등이다. 무등을 노래한 주옥 같은 시구와 삶의 구비가 절절이 스민 무등의 전설이, 아니 무등을 지켜온 저 무량의 초목과 조수를 위해 무엇이 진정 그들을 위하는 것인지 우리 이제 본격적으로 무등을 말해 보자. 가슴을 활짝 열고서...
최한선 <전남도립대 교수>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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