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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송도삼절 곧 개성에는 뛰어난 인물 세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오산 차천로의 시문과 간이 최립의 문장 그리고 석봉 한호의 글씨 등을 일컫는 말이다. 그 가운데 차천로 선생은 시문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의 시 가운데 ‘이 강산이 여기 있어’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요즘 한창 열을 올리며 보고 있는 북경 올림픽의 명승부 장면들, 어떤가? 우리 태극기가 북경 하늘에서 온 세계를 향하여 휘날리며, 애국가가 사해 우주를 뒤흔드는 모습 등에서 아, 내게 이런 훌륭한 조국이 있다니, 그래,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식이야 등등 가슴 뿌듯한 순간을 느꼈을 것이리라.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여, 그대는 중국의 작은 한 성만한 크기를 지녔으나 그대의 깊이와 넓이가 어찌 형이하학적인 숫자 놀이나 알량한 계량화의 결과물로 대치 가능하단 말인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과학적 건축구조물의 극치라 불리는 석굴암을 축조했다.

그 뿐인가. 바다를 평정한 거북선의 주조며 우주 관측과 시각을 측정한 혼천의 해시계의 발명 등 과학적 우수성은 물론 이거니와 세계문화유산으로 목조건축의 예술적 우수성을 자랑하는 해인사 장경판전 등에서 보이는 문화 감각이나 아름다움을 향한 열정, 나아가 종묘와 그 제례악이 보이는 엄숙함과 절제 그리고 겸손 등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할 유산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다. 우리는 물질적 크기나 형이하학적 가치 보다는 정신적 깊이가 남다르며, 형이상학적 창작의 원천이 남보다 앞섰던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일일이 매거하기조차 힘든 우리 대한민국의 가슴 벅찬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며 고민을 했고, 얼마나 많은 피눈물이 우리 선열의 가슴을 적셨던가.

필설로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고 난 결과, 우리는 이렇게 편안하게 금메달 숫자를 헤아리고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며 크고 작은 행복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닌지….

이렇게 올림픽이라는 하나의 스포츠가 가져다 준 오랜만의 하나됨, 우리 이 강산에 대한 새롭고 자랑스러운 인식, 그 인식의 새로움을 이제 진지한 자성의 방향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의 현재와 같은 모습이 있기까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노력이 지대했다.

대개 일곱 개 정도의 임시정부 가운데 가장 왕성한 활동을 했던 곳은 중국에 있었던 임시정부였다. 1919년 이래 1945년 해방까지 본격적인 항일 저항 운동은 물론 독립 투쟁 등 각고의 눈부신 활동으로 일본인의 간담을 서늘케 한 적은 한 두 번이 아니었던 중국 임시정부의 고난은 홍구(지금은 노신) 공원에서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 거사가 있고 난 뒤부터 점차 심해졌다.

임정의 요인들은 항주, 소흥, 가흥, 중경 등으로 옮겨 다니며 불철주야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 같은 건 초개처럼 여기기를 마다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쟁취한 조국의 독립, 드디어 이 강산에 새봄이 오고 꽃이 피었으며 새들도 노래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 조국에 계시는 우리들, 뭔가 잘못한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상해, 항주, 중경 등에 보존된 우리의 임시정부청사가, 아니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저 숭고한 어머니 같은 독립의 성지가, 우리나라에서 유지, 관리 또는 복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앞에 그만 고개 떨 굴 수밖에….

어찌된 일인가? 중국 정부는 임시정부청사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수입의 한 자원으로 생각하며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해를 방문하면 으레 임시정부청사를 찾곤 한다.

그곳에서는 우리말을 하는 안내원들이 그럴싸하게 우리의 알량한 애국심을 부추기어 성금이나 헌금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내놓은 돈은 모두 중국 정부의 몫이라는 사실은 잘 모르고들 있다.

대한민국, 나의 자랑스러운 이 강산이여, 우리 이제라도 우리가 직접 나서서 우리의 어머니였던 저 임시정부의 탯자리를 우리 스스로 관리 보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한국어도 아니요, 중국어도 아닌 안내판 글씨는 물론 전시 내용 등을 우리 것으로 바꾸어 천년만년 가꾸어 가야 되지 않겠는가?

최한선 <전남도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