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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 배우 장수타(강지환)는 액션 신에서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상대 배우를 폭행, 영화 제작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는다.

악명 높은 수타의 성질은 영화계에 퍼져 깡패 같은 그와는 누구도 호흡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궁여지책으로 룸살롱에서 사인을 해주며 알게 된 조직폭력배 넘버 투 이강패(소지섭)를 찾아가 영화 출연을 제의한다.

남모르게 영화 배우의 꿈을 갖고 있던 강패는 수타의 제안에 흥미를 느껴 출연에 응하고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액션 신은 연기가 아닌 실제 싸움을 하자는 것. 배우가 안 됐으면 깡패 못지 않은 싸움 실력을 갖췄을 것이라 자신하는 수타는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의 치열한 영화 촬영이 시작된다.

‘영화는 영화다’라는 단순 명제가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 주며 스토리 라인은 단선적이다. 하지만 다른 세계를 살아온 깡패와 배우가 서로의 인생을 동경하며 영화를 매개로 얽힌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시작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내 몰입하게 한다.

실현 가능한 인간의 상상과 일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김기덕 감독의 원작이 상업 영화로 경계를 확장했고, ‘사마리아’ ‘빈집’ ‘활’ 등의 연출부와 ‘시간’의 조감독을 거치며 내공을 쌓은 장훈 감독은 1년 반에 걸친 각색 작업과 녹록지 않은 연출력으로 웰메이드 데뷔작을 만들어 냈다.

프레임에 꽉 들어찬 두 배우의 대립 구도는 긴장감을 잃지 않고 폐차장, 갯벌, 도심 한복판, 룸살롱 등에서 담아낸 영상은 생동감이 넘친다. 깔끔한 편집 역시 속도감을 더한다.

단순한 이야기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은 것은 배우들의 힘이다. ‘도둑맞곤 못 살아’와 ‘방문자’를 각각 영화 데뷔작으로 갖고 있는 소지섭·강지환은 마치 극 중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강패와 수타가 분신처럼 느껴질 만큼 이를 악물고 영화에 몸을 던졌다.

4년 만에 돌아온 소지섭은 특유의 과묵한 카리스마를 절정에 올려놓았고, 간혹 힘을 뺀 능청스러운 연기로 그간 변화한 유연함을 드러냈다. 강지환은 강패보다 현실감 높은 수타의 캐릭터를 최대치로 표현하며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비주얼만으로 부족한 재미는 적재적소에 들어간 위트 있는 대사와 조연의 열연으로 훌륭히 채워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난해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돈을 들인 작은 영화의 큰 힘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