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한선의 화요 칼럼 | |
| 찬바람 일면 늦으리 | |
| 입력시간 : 2008. 09.09.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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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모 일간지에 실린 어떤 책의 광고 문안이다. 에비앙, 켈로그, 콘플레이크, 리바이스, 스니커즈 등 이 땅이 어디인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말은 사고를 지배하는 법인데 어쩌다 우리말이 이렇게 되었는지 서글퍼진다.
무지개가 뜨면 무조건 빨주노초파남보를 연상하면서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떴다고 생각하는 연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이는 또 누구의 잘못인가? 우리 육안으로 세 빛깔만 보이는 무지개를 왜? 언제부터? 우리는 일곱 색으로 인식하게 되었을까? 학교의 음악 시간에 우리의 가락은 뒤로 밀리고 물 건너 들어온 도레미파솔라시도 칠음계가 판을 치며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소리에 북이나 장고는 물론 대금이나 해금 등 우리의 소리는 박물관 한켠을 지키게 되었다.
어떻게 가꾸고 어떻게 지켜온 이 나라요 이 겨레인데 왜, 어쩌다가, 우리가 바같 문화에 정신이 휘둘린 채 속내를 텅텅 비우고 있는 것인지... 만물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제각기 그에 맞는 이름이 있는 것이거늘,
그 이름이 있음은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이름값’을 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전남이라는 지명 앞에 꼭 붙는 네 글자는 의향, 예향이다. 오늘은 예향은 놔두고라도 의향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었을 때 하던 일 던져두고 벌떼 같이 일어나 합심동체 불철주야 나라 구하기 얼마였던가? 총에 맞고 칼에 찔리고 혼정신성 거른 채 홑옷에 떨고 배고픔에 서러웠지만, 오직 일념 ‘구국救國’으로 목숨조차 깃털처럼 바쳐 건진 조국의 산하! 입만 열면 ‘약무호남 시무국가’ 재잘거리고, 의병의 칠십 퍼센트가 호남사람이라며 우쭐대건만, 이 땅에 남겨진 우리들, 가신님 위해 진정 무엇을 했는지 부끄럽지 않은가! 사당이나 사우 지어 팻말 하나 붙여두고 고작 일년에 한두 번 기웃하면 그만 아니었던가? 바야흐로 지금은 국제화시대요 지방화시대이다.
이미 이 땅은 단일민족의 혈통을 벗어던지고 다민족 국가로 변종하였다. 열강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역사를 왜곡하고 협상을 강요하면서 우리의 혼을 빼려고 온갖 획책을 마다 않는다. 저들은 모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자국의 역사 정립에 혈안이 되어 있건만, 우리는 지금 그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앞서 지방이 주체가 되는 지방화 시대란 말을 했거니와 국가와 지방 모두 이제는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 인 것에 우리 모두 눈을 뜨자.
크기나 있는 곳에 대해 너무 연연하지 말고, 국가라는 좀 더 큰 단위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아니 하지 않는 귀하고 시급한 일이 있다면, 비록 ‘작은 단위’ 이지만 그래도 정신과 역사만은 펄펄 살아 있는 우리 남도가 그 일을 하자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남도가 지방화 시대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정체성’에 기반한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체성이라 했거니와 그것은 다름 아닌 역사 속에서 찾아지는 것이다. 지금 담양 창평에서는 한말 의병장 녹천 고광순 장군의 현창 사업이 한창이다.
현창 사업이라? 말이야 좋거니와 중요한 것은 현창의 방법이다. 고광순 장군은 이미 창평 고씨 집안만의 인물이 아니요, 더 이상 역사 속에 가둬 둘 박제된 영웅이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의 구국정신을 오늘과 내일에 되살리기 위해선 교육, 교육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고광순 장군이 외롭지 않도록 그의 사우에는 그와 관련된 인물들도 함께 그 신위가 모셔져야 할 뿐만 아니라, 교육청이 먼저 나서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해 야 한다. 뿌리 약한 이파리가 어찌 무성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 이 땅의 뿌리가 된 사람과 정신에 대하여 저기 저 멀리 외롭게 홀로 있게 하지 말아야할 때다. 북풍한설 찬 바람 일기 전에 추운 겨울 이겨낼 준비를 하자는 말이거니와, 지차체와 교육청이 하나가 되어 국가가 직무유기한 큰일을 당당히 해내는 우리 남도가 되기를....
최 한 선<남도립대 교수, 문화재전문위원, 시인>
최재승 기자 jachi2580@hanmail.net 최재승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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