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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베스트셀러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전쟁세대인 36세 여인과 전후세대를 상징하는 15세 소년의 격정적인 사랑을 담아낸 작품이다.

영국 탄광촌 소년의 성장기인 ‘빌리 엘리엇’, 시대를 달리한 세 여인의 심리를 능란하게 파헤친 ‘디 아워스’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게 이 작품은 더 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영화 소재로 다가왔을 법하다.

그는 한 남자의 인생에 깊고도 넓은 영향을 드리운 사랑이야기를 스크린에 195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친 정교한 파노라마로 구축한다.

1995년 독일 베를린. 이혼한 중년의 변호사 마이클(랄프 파인즈)은 과거를 회상한다. 58년 서독 노이슈타트. 성홍열에 걸린 10대 소년 마이클(데이비드 크로스)은 길거리에서 구토를 하고, 전차 차장 한나(케이트 윈즐릿)는 그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리고 가 목욕을 시킨 뒤 사랑을 나눈다.

이후 마이클과 한나는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마이클의 이름조차 묻지 않고, 자신에 관한 것은 하나도 말하려들지 않는 한나는 사랑을 나누기 전 마이클에게 꼭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한다.

두 사람은 다양한 책을 통해 추억을 쌓아간다. 직장에서 사무직원으로 승진을 권고받던 날, 한나는 마이클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진다.

세월이 흐르고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현장교육차 참석한 전범 재판에서 과거 친위대 감시관으로 부역한 죄목으로 기소된 한나를 보게 된다.

결국 한나는 20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첫 사랑의 기억으로 인해 아내와 이혼하고, 딸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살아가는 마이클은 한나에게 수년에 걸쳐 책을 읽어 테이프에 녹음해 보내준다.

한 여인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남자의 성장담이자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간 여자의 이야기인 ‘더 리더’는 격동의 시대를 껴안은 역사와 인간의 자존심이라는 테마와 접목하며 육중한 울림을 던진다.

과거와 현재를 매끈하게 오가는 이야기 구조, 30대에서 60대까지 연기한 케이트 윈즐릿의 최적의 연기, 장기를 한껏 살려낸 달드리의 연출력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