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전시기간 및 장소 _ 2012.1.26 (목) ~ 2.15(수) / 롯데갤러리(광주은행 본점 1F)

▶ 전시개요

롯데갤러리에서 신년특별기획으로 판화가 故지용출의 유작전시를 오는 1월 26일부터 2월 15일까지 약 3주 동안 진행한다. 농부 화가로서 삶을 살다 간 작가의 작품세계 조명이자 고인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돌아보는 목적으로 개최하는 이번 유작전은 ‘흙의 속뜰에서 피다’라는 테마로 진행된다.

지용출 작가는 1963년 충북 괴산 출생으로 추계예대 판화과를 수학, 이후 김제, 부안, 전주 등의 전북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했던 판화가이다. 대학시절 총학생회장 역할과 더불어 민중미술 활동에 주력했던 작가는 1994년 전주로 이주 후 전북민미협 창립 주축으로 활동하였고, 이후 전북미술의 판화 분야 중흥에 일익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특히 판화의 장르적 특성에 천착했고 작고 전 10여 년 동안 목판작업에 몰두함으로써 판화 미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했다. 대학시절부터 다양한 판법을 익혀왔던 작가의 목판 작업은 순수 판화 기법에 주력하기 위한 의도였으며, 삶의 지향점과 작업태도를 일치시키기 위한 다짐의 성격이 짙다. 농부이기도 했던 작가는 새기고 파는 행위와 씨 뿌리고 수확하는 행위 자체를 가치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농사를 행복한 노동이라고 한 것은 노동의 대가가 순수하고 정확하다는 뜻이다. 뿌린 만큼 거두어들인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가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나는 삶의 충실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농사일에는 어떠한 일보다 상위개념이라는 사치가 없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야 하는 정직함만이 있다. 그것이 나는 행복한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농사는 예술, 나는 행복한 텃밭을 가꾼다 / 문화저널 2010. 3월호 작가의 글 中>

목판을 새기고 찍는 행위, 농사를 짓고 거두는 일 모두가 행복한 노동의 실현으로 귀결되는 지용출 작가의 관점은 그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흘러온 가치이자 태도였다.

작가의 초기작인 1995년 작품 <개발지구>(그림1)를 포함한 효자동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도시개발이 낳은 삭막한 풍경들이나 쇠락해가는 건물, 비릿한 바다 내음과 고된 어민들의 일상을 그려낸 듯한 부안의 해안, 갯벌 풍경들에서는 여전히 시대에 반응하고자 하는 작가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당시의 초기작은 판법이 주로 에칭과 석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목판화에서 느낄 수 있는 진한 칼맛을 선사한다. 색감을 자제하며 무채색 위주의 극명한 대비로 점철되는 부안의 갯벌 풍경들은 민중 판화의 전형적인 미감을 드러내며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작가는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극히 일상적임에 주목 받지 못한 것들에 집중한다. 말린 무청이나 갯벌의 낡은 판자, 무를 대로 무른 늙은 호박, 여름 내내 땡볕을 머금고 있는 탱자나무, 닻, 질경이, 야생화, 잠자리 등, 하나같이 시간의 흐름 안에서 더디게 호흡하는 것들을 관찰하며, 시골생활의 묘미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의미 그대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빠르거나 혹은 인공적인 것과 반하는 사물들, 즉 사람 본연의 정서에 골몰할 수 있는 소재에 가까이 다가선다. 삶에 화려한 수식을 더하지 않고 일상 안에서의 소소한 파격을 담아낸 지용출의 작업은, 그것이 좀처럼 무겁거나 공감하기 구차한 형식이 아닌 성실한 생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단초로써 역할 한다.

작은 생명들에 대한 가치추구와 생활인의 시선에서 그려낸 농촌풍경들을 단순히 향토성 짙은 소재주의의 전형으로 간과할 수 없음을, 이후 2000년도부터 본격화된 목판화 작업에서 인지할 수 있다. 목판 작업이 새긴 이의 손맛과 칼맛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