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고관대작도 가벼운 도롱이에 작은 삿갓 차림으로 편안하게 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서 자기도 모르게 탄식이 나올 것이다.

크고 좋은 집에 사는 부자도 성긴 발을 늘어뜨리고 정결한 책상을 마주하고 조용히 책을 읽는 선비를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들 것이다.

사람들은 어찌하여 약한 자에게는 쳐들어가고 강한 자에게는 아부를 하며 명리를 얻는데만 급급하고, 이처럼 스스로 만족하며 편안히 살아갈 줄 모르는가? 요즘 이 격언이 실감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궐(청와대)에서 살다가 지금은 교도소 생활하며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또 한국의 재벌 삼성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고, 부회장인 그의 아들 재용씨가 교도소에 있는가 하면 딸 하나는 이혼소송중에 있다.

이런데 이 회장의 부인 홍나희 여사가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겠는가. 한데 사람들은 권력과 부자를 부러워 한다.

특히 이렇다보니 젊은이들이 권력과 일자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공직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곳으로, 이른바 공시(公試)생이란 용어가 생길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10명의 중앙정부 부처 사무관 중 7명이 이직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를 고려하겠다는 어느 신문 기사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특근을 마다하지 않고 현장을 독려하던 개발연대의 공직자들은 일은 고되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으로 사기가 충전했다.

‘계도(啓導)적 행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라의 청사진을 그리고 나라 만들기에 앞장선 그들이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의 공사 구분을 망각한 행태로 인해 행정 개혁의 주체에서 사정 개혁 대상으로 몰리면서 법 뒤에 숨어 세금만 축내는 집단이라는 비판의 중심에 서는 안타까운 현실이 됐다.

공직자를 영혼이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관피아’라는 말까지 써가며 비난하는 것이 맞느냐를 떠나서 언제까지 이렇게 비난하고 공직자의 사기를 죽이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무슨 득이 되느냐를 생각해 보게 한다.

종이 일을 제대로 안 하면 종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주인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전 정부는 대통령부터 썩어 말할 수 없지만, 이제 공복(公僕)인 공직자가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데 신경을 쓰자.

그러려면 먼저 헌법이 보장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분보장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

선거철이면 선거 캠프를 기웃거리는 공직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 공직 인사 현실을 보면 미국에서 행정학이 탄생한 배경을 연상하게 한다.

미국에서 선거후 정치인들이 공직을 나눠먹는 엽관주의는 나라를 망치는 것이므로 공직자의 충원과 관리는 실적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는 공직인사 원칙을 공직 개혁 차원에서 정착시키기 위해 행정학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즉, 정치로부터 공직 인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는 행정보다는 경영과 비슷하다고 보고 관리를 효율성을 강조하는, 행정학이라는 학문을 정립한 것이다.

우리가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고 비아냥거릴 것이 아니라 왜 영혼이 없는 공무원으로 만들었는가 생각해보자.

다음으로 공무원들도 헌법이 부여한 위대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이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포함으로써 국민이 국가 운영권을 정부에 맡겼음을 명백히 했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사건, 메르스 전염병 사태 등에 정부가 대처한 모습을 보면 신탁자인 국민으로서는 믿음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 복지국가에서 정부의 역할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하다.

이런 시대적 사명을 해낼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출 때 공직자는 본인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어떤 상황에서도 오로지 공익을 위해 일했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최순실 국정 농단이 그리 못해 일어난 일이다.

/고 운 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