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민중은 굶었을 때 몇 개의 제국은 붕괴되고 어떤 강력한 정권도 공포정치도 사라져갔다. 한데, 현대 정치는 근본에서 보면 사람들의 투쟁이 아니라 권력의 투쟁이라고 H.B. 애덤스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검찰 내부에서는 사정 정국이 무르익을수록 ‘적폐세력’이라는 오명을 쓴 검찰의 위상이 아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미 검찰은 감사원에서 어느 정도 기초적인 조사가 이뤄져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면세점 사업자 부당 선정 사건, 한국항공우주산업(KAL)발 방산비리 사건을 손에 쥐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힘때문이지만, 휘발성이 강한 이 사건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검찰기소 결과에 따라 검찰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 청와대에서 연일 공개하는 ‘박근혜 청와대 문건’ 관련 수사를 통해 검찰조직의 존재 가치를 문재인 정부에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측면도 있다.

지난달 18일에 나온 소식에 따르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정권 차원의 ‘적폐수사’를 검찰 최고의 특수통이 모여 있는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연이어 배당했다.

전날 특수 1부는 청와대가 발견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300여 문건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했고, 2차로 발견된 정무수석실 1361개 문건에 대한 수사도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12일에는 감사원이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부당선정 비리 사건을 특수 1부에 배당했다. 윤 지검장이 특수 1부가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로 정신없는 점을 뻔히 알지만, ‘최정예 인력’인 특수 1부에 이번 수사를 맡겨 제대로 ‘적폐 세력’을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의 분석은 검찰의 청와대 수사는 작성자 의도 등을 확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소유지에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는 효과를 노리는 의미란다.

이렇다보니 역대 정부마다 치열하게 전개됐던 ‘사초논쟁’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불 붙으면서 그 결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여권이 봉하마을 대통령 기록물 유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등을 놓고 대대적 공세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청와대는 18일 전날부터 이틀간 전개한 정무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남은 900여건의 문서 분석 결과와 추가 발견된 문건의 내용을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할 문건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정교과서 등 당시 현안을 담은 자료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사초‘공세는 과거 정부 교체 과정에서도 반복돼 온 일이다.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 기록물을 복사해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간 사실을 파악하고 기록물 반환을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회고록 정리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청와대가 대통령 기록물 유출을 불법 행위로 간주하여 공방이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결국 그해 7월 시스템 자료를 저장한 하드디스크 원본 14개와 사본 14개 등을 국가기록원에 반환했고, 법적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논란은 기나긴 싸움을 불러일으켰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10·4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은 2012년 말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2013년 6월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발췌본을 전면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여야가 국기기록원에 보내 대화록을 찾았지만, 원본이 보관돼 있지 않아 ‘대화록 실종 사건’이란 말이 나왔다. 7년에 가까운 공방끝에 여야 모두 소득은 없었다.

한편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쇼(show)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보다”라고 썼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자료 등이 청와대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야당이 정치보복이라고 한다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수사를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고 운 석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