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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신록은 스무살 청년의 푸르름과 거침없는 내달음이 뜨거운 열기로 이어진다. 학교가 있는 농촌마을에는 감나무 있는 집이 많다. 고향집 감나무에 대한 그리움은 감꽃이 필때면 감나무 아래 발을 멈추게 한다.

며칠 전 피어있던 감꽃이 진 자리마다 흔적처럼 아기감이 손톱만하게 들어서 있다. 문득 정채봉의 동화 ‘이별’을 생각한다.

지기를 두려워하는 감꽃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고통스러울 때 떠나는 것은 열매를 남긴다. 그러나 괴롭지 않을 때 떠나는 것은 온 값조차 못하는 걸음이다.” 나의 삶은 온 값은 제대로 하는지, 누군가에게 미움을 주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감은 중국·한국이 원산지인 동북아시아 특유의 과일이다. 재배 역사도 깊어 중국에서는 이미 기원전부터 재배해 왔다. 감나무는 오상과 오색이 있다한다. ‘문무충효절(文武忠孝節)’의 오상(五常)이 있으니, 감나무 잎은 글을 쓰는 종이가 된다하여 문(文),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쓴다하여 무(武), 과일의 겉과 속이 똑같이 붉어 표리가 동일하므로 충(忠), 노인이 치아 없이 즐겨 먹을 수 있어 (연시)효(孝),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절(節)이 있다.

또 목질은 검고(黑), 잎은 푸르고(靑), 꽃은 노랗고(黃), 열매는 붉고(赤), 말린 곶감에는 흰가루(白霜)가 나오므로 이것을 감나무의 오색(五色)이라는 것이다.

감은 빠뜨릴 수 없는 제수(祭需)로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내려오는 나무이다. 고목은 자손의 번창과 아들 낳기를 비는 기도목(祈禱木)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부녀자들이 감꽃 목걸이를 목에 걸면 아들을 낳는다는 주술적인 민속도 있었다. 과일은 풍요와 번영의 상징으로 불멸과 다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나타내는 대상의 하나로 감꽃 하나에도 그런 바램이 들어있다.

감은 황금색 겉옷 속에 신선이 마시는 달콤한 액채가 들어있다 하여 ‘금의옥액(金衣玉液)’ 이라고도 불렸다. 감의 단맛은 설탕이 없던 옛 시절에는 매우 요긴한 감미료로 쓰여 궁궐에 바치는 진상품으로 곶감의 하얀 가루(白霜)를 모아 감미료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감꽃이 필 무렵의 윤기 나는 감잎은 바로 비타민 C의 보고이다. 특히 5-6월쯤이 감잎에 영양분이 가장 많은 시기로 이 시기가 지나게 되면 성분이 1/3정도로 감소하게 된다.

비타민 C를 많이 섭취하면 바이러스 감염에 저항력이 증가되어 여러가지 질병치료에 효과적이다. 감잎은 생식할 수는 없어 차를 만들어 마시면 독성이나 부작용 없는 이뇨제, 심장병, 신장병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감잎차를 만드는 법은 되도록 어리고 연한 감잎을 따서 엽맥을 떼어내고 찜통에 넣고 쪄낸다. 펄펄 끓는 물속에 1분가량 담갔다가 꺼내도 좋다. 그 이상 가열하면 비타민 C가 많이 파괴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감잎에 물기를 거두고 잘게 썰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 밀폐된 용기에 넣어 냉암소에 보관한다. 손질해둔 감잎을 8~12g씩 물 300ml에 넣고 끓여 마실 때 벌꿀을 1숟갈씩 넣어 마시면 피로회복에 좋다.

감잎차 속의 비타민 C는 열에 견디는 힘이 있어 많은 양이 물에 녹아 나와 유효하나 맛이 별로 없는 것이 흠이다. 우려낸 감잎차에 매실주를 한 방울 떨어뜨린다든가, 유자청을 한 쪽 띄워 마시면 맛이 좋아진다. 감잎차는 순환기 질환 외에도 위궤양, 십이지궤양,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에도 유효하다.

비타민 C의 양은 레몬 이상으로, 오래 복용하면 머리도 가벼워지는 자연식품이다. 늦기 전에 감잎차를 만들어 고향의 정서와 감나무의 오상과 오색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정숙 (논설위원.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