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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다음달 2일 개봉)는 김혜수(38)를 위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팔색조의 매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유연한 낭만과 치열한 현실인식으로 헤쳐나간 조난실로 스크린을 채울 그의 거침없는 말에 귀기울였다.

◆Modern Girl

난실은 로라·나타샤·아사코로 불리기도 하고, 클럽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던 걸’인듯 싶다가도 양장점 디자이너·재봉사로 휙휙 변신한다. 눈치 빠른 이들은 간파하겠지만 그의 실체는 독립운동가다.

“그 시대 여자이기에 가질 수 있는 대범함, 순정을 드러내려 촉각을 곤두세웠어요. 조선총독부 서기관 해명(박해일)이 사랑과 낭만에 취해 살아가는 남자인 반면 난실은 꿈이 있기에 사랑에 올인하지는 않죠. 하지만 사랑이 사람을 바꾸듯 난실도 해명을 만나며 바뀌어 가요. 사랑이 그의 운명에 큰 획을 긋는 것만은 분명하죠.”

작품을 위해 다큐멘터리와 서적을 찾아가며 당시를 익혀나갔다. 문화적 풍요와 다양한 색깔을 지닌 낭만이 흐르던 매력적인 시기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그를 매혹시켰다.

“잃은 것 많고, 힘없었던 시대적 운명 때문에 당시의 예술인들은 대범하고, 강인하고, 내면이 깊어졌던 것 같아요. 획일화된 지금과 달리 더 자유로운 영혼과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갔던 그들의 정서, 삶의 방식, 로맨스를 찾아보는 재미가 컸어요.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공부를 했죠.”

◆Singing & Dancing & Fashion

개봉에 앞서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국어로 부른 ‘모던보이’ 디지털 싱글을 출시했는데 노래솜씨나 분위기를 장악해 가는 능력이 탁월했다.

“발성부터 시작해 3개월 동안 배웠어요. 일본 뮤지션 에고 래핑의 재즈넘버 ‘색채의 블루스’는 가수 느낌을 최대한 내려 했고, 나머지 곡들은 제 느낌대로 불렀죠.”

댄스팀의 리더이기에 군무로 보여주는 스윙댄스 역시 볼륨감 넘치며 리드미컬했다.

“촬영 2개월 전부터 전문 무용수에게 몸 풀고 근육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어요. 기초를 탄탄히 해놓으니까 안무는 수월하게 배웠죠.”

영화 속 패션은 대부분 오트 쿠튀르라 스태프가 꼼꼼하게 분석하고 찾아냈다. 헤어스타일의 경우 다양한 테스트를 하다가 채택된 게 ‘각진 단발’이었고, 김혜수가 엔티크와 빈티지 의상을 워낙 많이 소장하고 있어 그의 코트를 샘플로 난실의 코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Guys

연기력이나 스타성, 오랜 구력과 상관없이 이런 역할이 여배우에게 한번 오기 힘든데 자신이 선택된 것에 감사하다고 눈을 빛냈다. 김혜수는 이번 박해일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과 연이어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그가 파트너들에 대해 평가했다.

■박해일- 어떤 역할을 맡아도 연기가 다 살아 있다. 말이 쉽지 그렇게 살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튼튼하고 안전한 느낌을 주기에 누구나 그를 신뢰한다.

■ 조승우- 매력 넘치고 천상 배우다. ‘타짜’ 때 내 앞에서 병을 깨는 신이 있었는데 나만 봤다. 그 눈에 넘쳐나던 살기를! 연기를 그렇게 할 수 있나, 소름이 돋았다.

■차승원-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 영민하고 좋은 배우인데 역량에 비해 아직 낮게 평가받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송강호- 동물적 감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직관력은 타고나는 거지 훈련되는 게 아니다. 오빠는 타고났다. 그러니 감독들이 열광할 수밖에!

인터뷰 말미에 그가 툭 꺼내놓은 말이 강하게 가슴에 박혔다. “배우가 옷 잘 입고, 폼 내고 그래봤자 연기할 때 후지면 그토록 초라할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