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요즘 전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전화가 자주 걸려 올 때가 많다. 그 내용은 대부분 대출이 신속하다드니, 좋은 땅이 있으니 매입하라는 등, 나의 생활과는 무관한 전화이다. 이런한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내 핸드폰 번호를 어찌 알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 불안하고 불쾌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나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년 4월에 발생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72만 건의 유출(流出)사건을 생각해 보았다. 국가 공공기관에서 그토록 큰 과오를 범했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운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작년 한 해 동안에 수사당국과 공공기관에 제공한 금융거래 정보는 35만 7천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83%인 29만 7천여 건에 이르는 건수가 명의자의 동의없이 몰래 넘겨주었다고 한다. 절차를 무시하고 무지의 행동을 범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수사기관의 계좌추적과 내부자 거래, 불공정행위의 조사 등을 빼고는 명의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고, 계좌추적에도 법원으로부터 발부된 영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법의 절차를 무시하고 본인의 동의가 없는 정보제공이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法治國家)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에 개인의 사생활은 비밀이 보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보를 내주는 쪽이나 정보를 받는 쪽이 개인의 비밀보장에 자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개개인의 정보가 심하게 유출되게 된다면 거래의 원활한 유통이 막히게 되어, 경제순환에 악의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사회가 정보화 시대일수록 개개인의 정보는 그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개인정보 흘리기에 앞장서는 느낌을 주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해로운 효과만이 있을 뿐, 이로운 효과는 전무(全無)할뿐이다.

디지털 기기가 발달되고, 인터넷 정보망이 급진된 사회에서 개인정보 유출의 방어란 매우 어렵다. 거기에 정부마저 방어하려는 노력을 태만하게 하게 된다면 개개인의 사생활은 구겨질 수밖에 없다. 만일 개인정보의 노출이 특별히 보안되어야할 신분이나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피해와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기에 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자료에 의하면, 2002년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들과 인기 연예인들의 개인정보가 1만 2천여 건이나 불법 열람되고, 이 중 1800여건이 불법 유출된 사실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대상자들의 사생활의 일부를 호기심으로 악용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가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기에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과 구속력이 있는 법제화가 시급한 사회임을 강조하고, 정부나 국가공공기관에서는 위와같은 무모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크게 유념해야 할 것이다.

서길웅 <서강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