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요즘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이나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경기가 침체되고, 국제 유가의 상승으로 생필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입장도 이들 국가와 사정이 다를 바 없다.

이토록 국제적으로 경기가 불안하고, 국내 경기마저도 어려울 때에는 수출업자들의 타격과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렵게 되고, 단순 근로자들의 가계는 파탄되어 생활고에 못 이겨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지……. 견디다 못한 가난의 아픔이 죽음의 문을 열었다면, 그것은 분명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옛 고전에 자린고비 편을 보면, 조선 영조 때 사람으로 충청도 음성 땅에 조록 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어찌나 인색하고 야박했던지 근동은 물론 조선 팔도에 널리 알려진 구두쇠여서 당시의 사람들이 그를 자린고비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사람의 해학적 행동을 보면 여름날 장독을 잠시 열어 두었는데, 파리가 내려 앉아 발에 간장을 찍어 달아나는 것을 보고 ‘간장 도둑놈을 잡아라.’ 소리를 질러 대면서 파리를 쫓아 음성에서 단양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기 위해 굴비 한 마리를 사오게 되면 제사를 지낸 후 천장에 달아놓고 식구들이 밥 한 숟갈을 입에 넣고 굴비 한번 쳐다보고 밥을 먹게 했는데, 만일 밥 한 숟갈에 굴비를 두 번 보는 날이면 짜디 짠 것을 두 번 씩이나 본다고 야단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인색한 구두쇠는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도, 빌리는 일은 더욱 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단지 재산을 모으는 일을 위해서만 삶을 살았던 사람은 아니다. 세월이 지나 자기 재산이 어느 정도 모이게 되자 큰 잔치를 열어 인근 사람들을 모두 모이게 하고 자신이 그 동안 악착같이 재산을 모은 것은 재산을 함부로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것이었으며, 다른 사람들을 돕자는 뜻이였다고 설명하고 그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자들은 조록이란 사람과 비교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간혹 어려운 환경에서 어렵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복지가를 볼 때가 있다.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재력이 있어도 더 모으기만을 고집하고 권력을 이용하여 재산을 증식시키려는 사람들을 볼 때는 그 사람의 지성과 인간됨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조선시대의 조록이란 사람과 같이 가난한 이웃을 돕고 근검절약에 앞장 서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인정은 메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 사회는 빈부의 차이가 너무도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몇몇 재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고 탈세를 일삼는 모습을 볼 때, 그는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고, 돈을 먹고 사는 동물같이 여겨진다.

국제 경기의 불황과 국내 경기의 어려움으로 가계가 파탄되고 가난의 아픔 때문에 죽음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복지가는 없는 것인가! 단순 근로자나 노숙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생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생계에 몸부림치는 어려운 이웃을 구제(救濟)하는 일은 진정한 복지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길웅 <서강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