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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는 연간 600만 명을 끌어모을 정도다. 프랑스 남부의 한적한 소도시 아비뇽은 7월만 되면 들뜬 분위기다.

이곳에서 열리는 ‘아비뇽축제’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50만 명의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연극제동안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은 특수를 누린다. 이들 모두 성공한 지역축제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우리는 해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1,170개가 넘는 축제가 벌어진다. 지방인구의 서울 유출을 막고 경제를 살려보자는 취지에서다. 2005년 1월 강원 양구에서는 ‘메기축제’를 열었다.

인근 화천에서 산천어축제로 100만 명의 관광객을 모으자 그것을 본떠 만들었다. 메기 3,000마리를 얼음판 아래 뿌려놓고 축제를 열었는데 메기가 잡히지 않았다. 메기는 겨울철엔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찾아왔던 외지 관광객들은 메기가 입질도 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떠났다. 메기축제는 곧바로 없어졌다. 제주도는 1998년 제주 대표축제로 키운다며 ‘세계 섬 문화축제’를 만들었다. 25개국 28개 섬의 토속공연팀을 초빙해서 요란하게 개막식을 열었다.

축제에 든 돈이 124억 원이었다. 하지만 80만 명을 기대했던 관광객은 45만 명 밖에 안왔다. 10만 명이 올거란 외국인은 2만 명밖에 찾지 않았다. 결국 20억 원의 적자를 봐야했다.

2001년 2회 축제도 90억 원이나 투자했지만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래도 전국에서 10월에만 329개 축제가 열린다. 단체장마다 업적 과시용으로 축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그 축제가 왜 그 지역에서 열려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축제도 많다. 내용도 다 그렇고 그런 붕어빵 축제가 대부분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하자 전국 각지에 20여 개 영화제가 생겼고, 이순신 장군 관련 축제만 충남 아산, 경남 통영, 전남 해남 등에 9개나 된다.

축제에 가봐도 먹자판, 놀자판, 팔자판으로 변질돼 실망하기 일쑤다. 침체된 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개최되는 광주 충장로축제는 음식점과 술집은 호황을 누린 반면, 옷가게 등 대다수 주변 일반상가는 매출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를 보았다는 불만이다.

외국의 지역 축제는 주민 손으로 오랜 기간을 거쳐 자생적으로 발전해온 반면, 우리는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관(官) 주도로 급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치단체장들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최대한 규모를 키우려 하고, 이웃 도시에서 축제를 하니까 우리도 해야한다는 경쟁심리까지 작용해 ‘부실축제’가 양산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축제는 지역과 주민의 화합을 위한 것이었다. 축제의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다른 곳에 없는 장점을 살리고 독특한 문화를 육성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 ‘옥토버페스트’와 ‘아비뇽연극제’는 맥주와 연극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 성공을 거뒀다.

유명한 삿포로의 눈축제와 리우카니발도 눈과 춤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단체장은 규모에만 집착할게 아니다.

속보이는 사전 선거운동에 집착해서도 아니된다. 마음을 비우고 작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있는 축제’를 키워나가야 한다. ▶ 잘만든 지역축제는 지역경제를 살려준다.

함평 나비축제는 직·간접 경제수입이 845억 원에 달한다. 보령 머드축제는 외국인 관광객을 8만 명이나 유치했다.

성공한 축제는 지역의 전통, 풍습, 자연환경에 뿌리를 박고 있는 축제다. 한데 동별로 사람을 동원해 연예인 잔치나 벌이는 축제는 축제라 할 수가 없다. 한국은 세계 관광업계에서 ‘관광자원이 빈약해 볼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축제를 내놓아야 한다.

고운석 <시인·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