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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일각에서 ‘한덕수 대선 차출론’을 연일 띄우고 있다.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잡더니, 11일엔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에 대해 “좋다”고 환영했다. 한 대행 자신도 선을 긋기는커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련 통화 내용까지 흘리며 간을 보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파면된 국가적 비상 상황을 관리해야 할 책임을 진 권한대행을 두고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이나, 자신의 책무를 저버리고 출마 득실을 저울질하기 바쁜 한 대행이나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한덕수 차출론은 윤상현·박덕흠·성일종 의원 등 친윤계가 주도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 친윤계 의원 상당수가 참여해 출마 촉구 연판장을 돌릴 계획이라고 한다. 친윤계는 한 대행 출마가 경선 흥행 성공에 도움이 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차별화를 이룰 수 있어 본선 경쟁력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속내는 정치 경험이 없는 한 대행을 간판으로 내세운 뒤 계속해서 자신들이 당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풀이가 파다하다. 검찰총장 출신 정치 문외한을 대통령으로 앉혀 호가호위하다 결국 대통령 파면을 맞고도 반성하기는커녕 똑같은 경로를 반복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대다수 국민이 ‘내란 방조’ 책임이 큰 한 대행을 선택할 리 없다는 사실은 이들도 모르지 않는다. 다만 한 대행을 경선 흥행과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일회용 불쏘시개로 쓰고 버리려는 것이 이들의 숨은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한줌 당권을 지키겠다고 국정 공백과 국가적 혼란을 부추기는 일도 서슴지 않아서야 공당의 일원으로 존립할 자격이 없다.

한 대행도 정략적인 처신으로 국민 불신과 분노를 자초하고 있다. 한 대행은 ‘윤석열 파면’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국정 실패에 책임이 매우 크다. 그가 아직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건 대선까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민 인내와 양보의 결과일 뿐이다.

염치가 있다면, 자신에게 맡겨진 국정 관리에 전념해야 한다. 특히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막중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당연히 자신의 대선 출마에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실제 ‘박근혜 탄핵’ 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선 55일 전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반면, 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 없다”고 여지를 뒀다는 전언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정상 간 통화 내용인 만큼 한 대행 쪽에서 작심하고 흘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행태 자체가 한 대행 체제의 대선 관리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가 권한대행의 한계를 넘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위헌적 월권을 자행한 것도 이제 와 보면 출마를 염두에 둔 행위가 아니냐는 의문까지 인다. 이완규 법제처장 등 무자격자를 임명해 헌법재판소에 극우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으로, 국회 탄핵을 유도해 출마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 또한 깔린 ‘양수겸장’의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스스로 ‘책임 방기’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출마하는 대신 야당에 ‘줄탄핵’의 멍에를 씌우면서 자신은 피해자로 비치도록 하는 꼼수다. 한 대행의 처신은 이런 의혹을 더욱 굳히고 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이런 무책임한 인물에게 대선 관리 등 국정을 계속 맡겨도 되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한 대행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해서도, 걱정케 해서도 안 된다. 지금 당장 불출마를 선언하고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는 것만이 그나마 공직자로서의 남은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더 이상 공직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국민은 단호히 판단할 것이다. 물론 그의 허망한 대권 놀음에 이용되지 않도록 방식과 시점은 면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