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정기국회가 계속되는 동안 그동안 국민들이 궁금해 했던 여러 가지 사안들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이명박 정부에게 책임이 있을 법한 것도 있고, 전임 노무현 정부가 책을 져야 할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에게 기대할 것이 뭐가 있느냐”는 불평이 높지만, 그래도 국회란 없는것 보다는 있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광역경제권 개발계획」을 둘러싼 여?야간 그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원들 간의 대립을 통하여 이 계획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이 보다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적어도 이점에 있어서는 국회의원들도 여?야간 대립보다는 출신지역에 따른 대립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에서 역시 국회의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표’(票)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각설하고, 이 정부를 움직이는 주요 인사들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위임 받았다면, 전체 국가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머릿속에는 온통 수도권 밖에는 들어있는 것이 없지 않는가”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보다 효율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광역경제권 구상이 나오고,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된 것으로 이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체 국토의 12% 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 인구의 49%가 몰려 있고, 지역 총생산(GRDP)의 48%가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가 집중 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입안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며칠 전 부산에서 개최된 한 토론회에 참석한 필자는 한 시민이 그곳 출신 국회의원에게 서울에 비해 부산이 30년 낙후되었다며 지역발전을 촉구하는 것을 보면서 “광주는 한 300년 낙후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 간 균형발전, 즉 지방을 살리는 일은 비단 지방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곧 수도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만약 수도권에 더 이상의 인구가 집중된다면 그것은 안보와 경제는 물론이고 환경적 측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구상한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의 토대가 되는 광역경제권별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심각한 지역 간 불균형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전체 국토의 21%를 차지하는 호남은 인구에서는 10%에 불과하고 지역별총생산 역시 10%에 그치고 있는 반면, 대경권과 동남권을 합한, 즉 영남지역은 면적에서 32%를 차지한 반면 인구의 27%, 지역총생산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영남과 호남을 모두 합하여도 지역총생산에서 37%에 불과하여 수도권의 48%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중앙정부는 당연히 수도권과 지방간의 경제적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시책의 중점을 두어야 할 터인데도 이명박 정부는 몇몇 대기업들의 불평에만 귀 기울여 수도권 규제완화를 들고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만약 이러한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이 현실화되어 인구와 경제의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된다면, 이는 곧 망국(亡國)으로 가는 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국가의 발전을 먼 안목으로 보기 바라며 황폐화되어 가는 지방경제를 살리는 것이 곧 수도권을 위하는 것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발전을 가져오는 길이란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