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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개관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던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가 사실상 중단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추진단)과 옛 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상호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결과이다. 양측의 주장을 뜯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대체로, 공대위는 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사업이 5.18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옛 도청별관을 철거하는 것은 문화전당의 역할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추진단은 아시아문화전당 설계안은 옛 도청별관을 철거를 전제로 한 것으로 이를 존치한다면 그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문화전당 주진입로의 역사적 상징성이 없어지게 됨과 아울러 예산, 공사기간, 법적절차, 설계콘셉트(concept), 기술적가능성 등으로 보아 이를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국책사업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결국 소통의 부재에 있다. 2006. 1. 8. 자 광주일보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의 설계안에 관하여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선정된 우규승씨의 당선작 “빛의 숲”은 옛 전남도청 청사와 분수대, 상무관 등 5.18과 관련한 건물을 원형보존하고 대부분의 건물을 지하로 넣어 5.18의 역사적 경험을 상징화 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보면 일반인들은 도청건물의 일부를 철거하는 것을 전제로 그 설계안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그 당시 5.18관계자들에게 도청별관의 철거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설사 설명을 했더라도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당시 그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최근에 불거진 추진단에 대한 5.18기념재단의 ‘철거동의’ 취지의 공문파동을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과거문제에만 집착하여서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이러한 갈등은 미래를 위해 신속히 해소하여야 한다. 특히 이 사업은 그 명칭이 아시아문화전당이다. 아시아가 합의하여 그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닌 이상 그 만큼 폭넓은 문화역량을 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도 아시아가 귀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꼭 도청별관부터 먼저 철거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든 부수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려운 것이다. 설계안은 설계안일 뿐이다. 어떤 설계안이든 사업의 진척에 따라 필요하면 변경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그곳을 꼭 주출입구로 삼아야한다면 공대위가 제시하였다는 해체 후 복원 외에 전체가 아닌 일부라도 보존하는 방법은 어떤지도 협의해 볼 일이다. 문화전당의 본래의 취지도 훼손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1개층 또는 2개층을 출입구로 변경하고 그 이상은 보존하여 상징성을 부여하거나 그곳이 주출입구이면서도 전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형태의 기술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원형보존의 정신만은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사업의 상징이 5.18이고 그 역사현장에 이를 건립하기로 한 것인 이상, 필자를 비롯해 5.18을 그 현장에서 겪은 광주시민들은 옛 도청청사를 그대로 두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심정적으로 동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은 추진단과 공대위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사업이 국책사업인 이상 크게는 국가의 문제요, 직접적으로는 광주의 문제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결과적으로 광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광주의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갈등이 옥동자를 낳기 위한 진통수준을 넘어서지 않고 국책사업 본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광주시와 광주출신 국회의원을 비롯한 광주의 지도급 인사들은 양측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어 합리적인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 사업추진을 위한 추가예산의 확보는 못하더라도 이미 세워진 예산마저도 집행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지속되지 않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광주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아시아문화전당의 이름에 걸맞는 문화자산과 문화역량을 키우고 담아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하승완 <조선대 법대교수· 전 보성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