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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베트남이라 부르지만, 월남전(越南戰)에 참여하여 월남이란 말이 익숙하였다. 월남 이전에는 안남(安南), 교지국(交趾國)으로도 불렀다. 베트남은 근세에만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 캄보디아와 전쟁을 치른 나라다. 베트남에 여러 번 다닌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이한 것이 보였다.

베트남에 오가는 비행기 속에 관광객보다는 한국인과 결혼(結婚)하여 친정에 가는 사람들이나, 한국으로 결혼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었다. 한 아기 엄마는 남편과 아들과 딸 하나를 데리고 친정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나에게 “아저씨는 한국 어디 사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하였고, 다른 사람은 한국에 온 지 4개월만에 엄마가 보고 싶어 친정에 갔다 오는 길이라면서, 한국말을 못해 집에 있으면 너무 심심하다고 해, “소금 한 숟갈 먹지”라고 말하자 한바탕 웃었다.

월남전 때에 베트남에서 살았던 한국인들이 베트남 여자들과 결혼하여 낳은 아이들을 ‘라이 따이한’이라 부른다. 월남전 패망으로 라이 따이한을 한국으로 데려와 잘 키우거나, 다시 찾아가 한국인으로 키운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버림받아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와 베트남과 인연을 맺은 것은 1226년이다. 월남의 첫 독립국가인 李王朝(1009~1226)의 8대 왕인 혜종의 숙부이자 군총수권자인 이용상이 한 척신의 권모술수로 왕이 폐출되고 왕족이 몰살당하는 난국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뒤 배에 몸을 싣고 정처 없이 떠났다. 화를 피하기 위해 측근을 데리고 표류(漂流)하다 황해도 옹진군 화산에 정착하였다.

그가 당도한 곳은 본국에서 3,600여km 떨어진 서해안 황해도 옹진반도의 화산이었다. 당시의 고려 고종은 이들을 화산군으로 봉하고 그 지역의 땅을 주어 정착을 도왔다. 1995년 3월 화산이씨종친회에서 선조가 한국 땅으로 망명한 지 780년만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방문했는데, 도무오이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이 모두 나와 한국에서 찾아온 화산이씨종친회 대표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리고 베트남인과 똑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면서 왕손 예우를 깍듯이 했다. 요즘도 베트남대사관에서 주한교민 모임이 있을 때는 화산이씨도 교민으로 간주하고 초대한다.

그들이 베트남에서 살기를 희망할 경우 출입국관리, 세금, 사업권 등에서 베트남 사람과 똑같이 대우해주고 있다. 이왕조가 하노이를 수도로 정도(定都)한지 1,000년이 되는 2010년 대대적인 행사를 갖고 한국과 베트남간의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베트남에 처음 간 최초로 기록된 인물은 조완벽(趙完璧)이다. 그는 진주 사람으로 1597년 정유재란(丁酉再亂) 때 20세의 젊은 나이로 왜군의 포로가 되어 일본 가고시마(鹿兒島)로 끌려갔다. 일본에서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던 중 한자(漢字)을 읽을 줄 안다는 이유로 교토(京都)의 일본인 무역상인에게 팔려갔다.

1604년 강제로 이끌려 베트남에 가게 되었다. 베트남 무역을 독점하고 있는 주인의 배를 타고 가게 된 그는 베트남에서 조선의 문인, 이수광(李睟光)의 시가 유행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가 조선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후하게 대접을 해 주었으며, 한 지방관의 집에 초청 받기도 하였다.

이수광은 명나라 수도 북경 옥하관(玉河館)에서 시문을 통해 우정을 쌓은 사신(使臣) 풍극관(馮克寬)에 의해 베트남에 소개된 것이다. 1607년 조선인 포로들을 구출해오라는 조선조정의 특명을 받고 조선통신사가 일본 교토에 도착했을 때 목숨을 걸고 탈출해 고국에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 한양에서 이수광을 만나 베트남에서 이루어진 일을 알리자, 그러한 내용이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려있다.

동양 4국으로 불리어지는 베트남은 한자문화권이며, 유교문화권의 나라였다. 지금은 프랑스식 알파벳을 사용하지만, 옛날의 집이나 사찰에 가보면 모두 한자로 기록되어 있다. 지금은 한국과 베트남간에 결혼으로 인하여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옛날의 일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상호간 좋은 교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