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2008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입에서 내년 상반기의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나라 살림이 심각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국민들에게 무언가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위해 노력해야 할 국회가 ‘개점 휴업’을 넘어 집단 난투극을 벌이면서 연말을 보내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물론 여?야 모두는 그럴 수밖에 없는 각기의 입장과 처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복무(服務)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곳이 국민이듯이, 그들의 행동에 대한 판단 또한 국민들이 내릴 것이다.

예년에도 항상 그러하였듯이, 금년에도 국회 파행의 시작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의 여?야간 심각한 대립에서 비롯되었고, 여당에 의한 단독 처리에서 폭발되었다. 국회 운영과정을 깊이 알지 못하는 필자가 보기에도 수백조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를 그 짧은 기간에 심의해야 하는 현행 국회제도는 분명히 문제가 없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부가 여기 저기 은닉하여 제출한 업무추진비 등 불요불급한 예산들을 찾아 삭감하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며, 의원들의 지역구와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십억, 수백억의 돈이 춤추기도 하는 것이다. 민생은 뒤로 밀린 채….

예산안 변칙 처리 이후, 이미 예상된 것처럼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수백 개의 법안 심의가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그 권리를 제약하는 모든 일은 반드시 법률로서만 가능토록 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의 입법권이 지니고 있는 중요성은 백번 강조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백 개의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국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법률안 가운데 중요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만은, 그 가운데에는 여, 야간에 크게 쟁점이 없는 다시 말하면 상임위와 법사위만 통과하면 본회의에서는 2?3분 안에 통과가 가능한 비쟁점 법안이 있는가 하면, 여, 야간에 기를 쓰고 대결하는 쟁점법안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쟁점법안과 비쟁점 법안이 함께 뒤섞여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 야당이 본회장 점거 등의 극한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까닭이 언론관계법, 집시법 등 이른바 쟁점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할 때 국정을 원활히 도모할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마땅히 이른바 비쟁점 법안 특히 민생과 관련된 법안부터 먼저 통과시키기 위하여 야당과 타협하여야 할 것이며 쟁점 법안은 다음 회기로 미루는 ‘협상의 정치’를 구현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보기에 지금 여야가 국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결의 자세는 마치 법안의 심의를 둘러싼 통과와 저지가 목적이 아니라 대결의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결점을 찾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이고 있으니, 이는 대화와 타협이 기본이라는 미주주의의 원칙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다.

마땅히 여야는 전쟁과 경제위기 등에 직면하여 여야를 초월한 연립내각을 구성함으로써 국난을 훌륭하게 극복해 낸 선진 국가들에게서 좋은 교훈을 찾아야할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