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겨울 뿐 아니라 사계절 밥상을 채워줄 파래,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는 바다의 채소이다.

한국의 산후음식으로 뺄 수 없는 미역과 국물에 감칠맛을 내는 다시마, 옛 시에서 여인을 예쁘게 한다하여 옥조(玉藻) 로 읊어진 김.

해조류의 역사는 한국인에게는 유구하다. 고려시대의 가곡인 ‘청산별곡(靑山別曲)’에는 ‘ 살어리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해조) 구조개랑 먹고/ 바다에 살어리랏다’ 하고 노래하고 있다.

옛 문헌인 ‘초학기(初學記)’에는 ‘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미역을 뜯어먹음으로써 상처가 아물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사람들이 산부(産婦)에게 먹인다’고 했다. 이집트와 중국에서는 해조류를 이용해서 암을 치료하는 고대 전통이 있었다.

1986년 한 실험에 의하면 고혈압의 발작이 일어나기 쉬운 쥐에게 소금을 과다하게 먹이고, 동시에 해조가루를 먹인 쥐는 한 마리도 심장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해조류를 먹지 않은 쥐는 모두 심장발작을 일으켰다. 해조류는 과다한 소금 섭취에 해독제 작용으로 혈압을 낮추고 면역성증강, 콜레스테롤 저하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체르노빌 원전(原電)사고 이후 동구권에서는 해조류가 동이 나고 암거래까지 되었다 한다. 또 폴란드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미역과 김을 배급했는데 해조류에 많은 요드성분이 방사선 오염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해조류는 노화방지, 생활습관병예방, 항암효과 등이 밝혀지면서 서양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강식품이다. 해초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열량이 없고 비만예방, 변비예방으로 대장암 발생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각종 무기질은 풍부한데 칼로리는 적어 여성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먹거리이다.

그 중에서 녹조류인 파래는 독특한 향이 있으며 풍부한 칼슘은 뼈와 치아를 강하게 할 뿐아니라, 골다공증과 혈액의 산성화를 예방한다. 최근 부쩍 늘어난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과민성 피부염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파래의 메틸메티오닌 성분은 담배의 니코틴의 해독을 푸는데 큰 효과가 있다. 담배의 니코틴을 중화시키고 간의 해독능력이 탁월한 파래가 애연가에게는 최고의 보약인 셈이다.

미역과 김, 파래등 해조류를 먹는 민족은 이 세상에 한국사람과 일본사람밖에 없다. 해초를 많이 먹는 일본의 유방암 발생율은 미국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유방암에 걸린 일본여성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병에 걸린 여성보다 오래 산다. 해초를 즐기는 미국인은 없지만 일본인들은 아주 많이 먹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미래소설 ‘멋진 신세계’에서는 병을 예방하고 근심 걱정을 해소시키는 ‘소마’라는 행복의 알약을 먹고 산다고 했다. 바로 소마의 원료는 해조물이라 했으니 이상적인 미래식품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

파래가 몸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먹기가 쉽지 않다. 맛있게 먹으려면 마른 파래는 멸치나 참깨 등과 함께 갈아 밥 위에 뿌려 먹거나 튀겨먹기, 과자를 만들 때 갈아넣어도 좋다.

젖은 파래는 무채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치고, 오이와 무를 채 썰어 냉채를 만들거나 굴, 바지락을 넣고 부친 파래전, 시원한 파래김치도 별미이다. 파래는 촉감이 미끈미끈한데 무를 섞으면 씹는 촉감도 좋아지고 무의 효소로 파래의 소화흡수를 돕는 효능을 기대할 수 있어 좋은 궁합이 된다.

파래는 선명한 녹색을 띤 것이 싱싱한 것이고 넓은 볼에 파래를 넣고 바락바락 문질러 씻어 여러번 물에 헹군 다음 사용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파래를 양념장에 무쳐 노릇하게 지진 두부 위에 얹는 파래두부카나페도 만들어 먹어보자.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이라 했으니.

김정숙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