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백번을 이야기해도 부족하지 않은 사교육비 절감문제는 온 국민이 걱정하고 정치권의 고민이 아닐 수 없는 현실적 진퇴양난(進退兩難)의 질곡(桎梏)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사교육비 우려 때문에 교육정책의 구상을 수차례나 발뺌한 사실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목청을 높여 선전했던 영어교육강화정책이 그랬고, 대학입시의 자율화정책도 약속한지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정부규제방향으로 되돌아간 현실을 볼 수 있다. 직설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과도한 사교육비에 따른 사회적 고통이 심하다는 소리에 교육정책은 제자리걸음에 멈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적 교육정책이 사교육비를 줄이는 정책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08년도 국내의 사교육비 총액이 20조 9000억원으로 2007년도에 비해 4.3%가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만일 새로운 교육정책을 시도하게 된다면 사교육비가 늘어날까봐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 교육정책으로는 교육의 진일보(進一步)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입장이다.

사실 우리사회는 지나치리만큼 허영(虛榮)과 거품이 많은 사회이다. 어느 때인가부터 체면유지와 신분상승의 욕망 때문에 각종 과외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자화상(自畵像)이 되고 만 것 같다. 사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공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과외수업을 전면 금지하게 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 경쟁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문제는 연간 20조억원 이상의 사교육비 지출도 문제이지만, 그 지출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먼저 도시학생들과 농어촌 학생간의 지출 비율이 다르고 지출액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농어촌 학생들은 경제력은 물론 시간과 여건이 도시학생들에 비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서민들과 중산층에 있어서도 사교육의 폭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고액과외의 차이에서부터 서민들의 입장은 불리하기만 하다. 따라서 사교육기관을 제아무리 활성화한다 해도 결국 중산층이상의 자녀들의 몫이 될 뿐이지 서민들의 자녀들에게는 그 혜택이 매우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적으로 교육분야만에는 국가의 중앙정부가 책임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확대시키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사교육비의 부담은 물론 도시서민층이나 농어촌 학생들에게도 기회균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생각하지 안 했을 리 없겠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지지도나 인기위주에 잣대를 맞추기 때문에 교육정책의 일관성(一貫性)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MB정부가 시작되면서 당장이라도 교육변혁을 이루어 낼 것 같은 기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한 체, 다만 사교육비를 줄일 것이라는 생각에 200억이란 엄청난 예산으로 대학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라 했으나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생긴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정책이란 가상적 시나리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나 교육정책은 시행착오를 범할수록 그만큼 국가적 경쟁에서 뒤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결국 공교육의 질(質)을 높이는 일과 양질의 교육을 창출할 수 있는 원칙을 고수(固守)할 때 중장기적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교육계획이 이루어지리라 생각이 든다.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