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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1품이 소나무라면 먹는 풀, 곧 식채(食菜)의 1품은 단연 미나리다. 소나무의 정신적 품격을 높이 샀듯, 미나리의 품격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미나리에서 삼덕(三德)을 갈파했다.

첫 번째 덕은, 속세를 상징하는 진흙탕에서 때묻지 않고 파랗고 싱싱하게 자라나는 심지다. 미나리는 집 앞의 하수를 여과시키는 더러운 소렁 밭에서 자란다. 그리고 오염물질들을 흡수, 파랗게 정화 킨다. 갖은 가난과 악조건을 이겨내고 생활해 온 우리 백성의 마음에 와닿았음직 하다.

미나리의 두 번째 덕은, 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다. 인생에는 양지가 있고 음지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양지를 지향한다. 그러나 많은 우리 조상들은 가난과 가부장과 관권과 혹심한 삼강오륜의 굴레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 이들의 마음에 음지에서 악조건을 참으며 잘도 자라나는 미나리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더욱이 영화와 안락을 등지고 메마른 강상만을 의지하고 살아야 했던 선비들에게, 미나리가 주는 교훈은 무척 컸을 것이다.

미나리의 세 번째 덕은, 가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이겨나는 강인함이다. 날이 가물어 산야의 초목과 논밭의 곡식이 누렇게 시들어도 , 미나리만은 신선한 푸르름을 잃는 법이 없다.

산야도 타고 인심도 타고 삶의 의지도 바싹바싹 타오르는데 그 속에서 독야청청 푸르른 미나리야말로, 조상들에게 생명력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주고도 남았음직하다. 이처럼 미나리는 식용으로써만이 아니라 뜻을 기르는 ‘양지(養志)’의 덤이 부가된 식품이었기에, 선비들 밥상에 어떤 형식으로든 요리되어 올랐고 그로써 선비임을 과시하는 풍조마저 있었다.

미나리를 먹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우리 문헌에 미나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사열전>>이며,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시조 속에서 자주 읊어졌다.

<청구영언>>에 나오는 미나리 노래는 퍽 감각적이다.

"겨울날 따스한 볕을 님 계신 데 비추고자/봄 미나리 살찐 맛을 님에게 드리고자/님이야 뭣이 없으리만은 내 못 잊어 하노라. 임금과 백성 사이 하늘과 땅이로다/나의 설흔 일을 알려고 하시거든/우린들 살찐 미나리 맛을 혼자 어찌 먹으리”.

미나리요리 중 보편적인 것은, 살짝 데쳐서 돌돌 말아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미나리 강회다. 씹는 촉감과 미나리가 지닌 향취를 최대한 살린 음식이다.

전통적인 봄 밥상처럼 중에서 ‘봄삼첩’은, 흰밥에 무장국, 나박 김치, 간장 르리고 청포 무침과 조기 조림, 미나리 강회다. 얼마나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상차림인가?

최영년( 崔永年)의 ‘해동죽지사’에 미나리를 예찬한 시가 있어 소개한다.

미나리꽝의 미나리 향기로 와라/ 뽑아올린 살진 줄기 맛도 좋으니

행채, 순채( 蓴菜)가 어이 이를 따르랴/ 옛날엔 나랏님께 진상도 하였거니

비타민 C, 칼슘, 카로틴 , 식물성섬유가 풍부해 빈혈, 변비 예방에 좋다.

미나리를 먹으면 정신을 맑게 하고 혈액을 보호한다는데 이는 미나리가 갖는 특수한 정유(精油) 성분과 철분의 함량 등이 많아서이다. 보온 발한작용을 하므로 감기와 냉증 치료에 좋다. 또한 미나리는 비타민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으로 열을 내리게 하고, 혈압강하 및 해독작용이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 , 황달, 설사, 변비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복탕에는 반드시 - 미나리

복어와 맛의 조화를 이룰 분 아니라 복어에 들어잇는 독성을 약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강한 독성을 갖고 있는 복어와 그 독을 풀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미나리는 궁합이 잘 맞는 식품.

▶미나리요리-'미나리 강회' 미나리요리 중 대표적인 것이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데 씹는 촉감과 미나리의 향취를 최대한 살린 음식이다.

미나리튀김( 적당한 크기로 썬 미나리와 게맛살을 미라리로 묶어 기름에 튀긴 요리.고소하고 향긋)

미나리조갯살무침( 제쳐낸 미나리와 기름에 볶은 조갯살을 넣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요리. 미나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야 특유의 향과 선명한 색을 살리고 비타민 C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미나리깨장냉채( 미나리, 부추 양파 에 깨소금, 식초, 설탕, 고추냉이를 고루 섞어 새콤한 소스) - 익히지 않고 생채로 먹기 때문에 야채의 독특한 향과 맛을 즐길수 있다.

미나리해물전. 미나리숙주초무침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