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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가장 무섭고 위협적인 것은 가공할만한 무기보다는 전염병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공(加功)할 무기는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사용해야만 그 위력이 무섭고 위협적이지만, 전염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떤 형태로 인간에게 위협을 가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공할 무기는 그 연구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염병의 예방에는 사후 (事後) 처리나 대책이 고작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예산마저도 무기생산의 비용에 비해 1%도 못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자연환경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온난화 현상이 지구촌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전염병의 발병(發病)을 예측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염병은 그 독성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심한 경우에는 수백만 또는 수천만명의 인명(人命)을 빼앗아가기도 하는 상상을 초월한 질병이기도 하다.

인류사의 기록을 보면 전염병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었던 사례가 몇 가지 있다. 1347년 유럽 크리미아반도에서 이탈리아로 들어온 흑사병은 당시 유럽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00만명이 사라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고뇌를 극복하는 길” 이란 책에서 말했듯이,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휩쓸어버렸고 공포의 혼란을 연쇄적으로 일으켰으며 갑자기 파놓은 큰 구덩이 속에 사람들의 시체가 쌓이게 되었다는.......생략’,

그리고 1918년에 스페인에서 시작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슈퍼독감은 다음해까지 지속적으로 전염되어 5억명 가량을 감염시켰고, 2000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스페인의 슈퍼독감은 당시의 의료진에서는 그저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 외에는 그 원인을 전혀 알 수 없어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아시아권에서 발생한 1957년 중국 남부지방에서 나타난 아시아 독감은 약 200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1968년 홍콩에서 발생한 홍콩독감은 100만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이토록 무섭고 위협적인 전염병은 예고 없이 발생(發生)한다는 사실을 인지 (認知) 하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이 매우 미흡하다는데 인류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제아무리 의술이 발달하였다해도 생태계의 파괴와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새로운 병원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대기오염은 물론 바다 속의 오염이 그렇고, 사람과 동물의 접촉과 사육하는 동물들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점도 위험한일이 아닐 수 없다.

20세기 말에 나타난 에이즈(AIDS) 즉 후천성 면역결핍증이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특별한 예방대책이 없어 신규 감염자만도 500만명이 넘어 모두 4천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사망자가 300만명이 넘는 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또한 그로인한 고아의 아동수는 1400만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전쟁과 방어를 위한 가공할 무기를 만드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비하는 국가들이 많다. 그러나 전염병예방에 필요한 소요예산은 너무도 적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재앙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역할의 확대와 환경오염유발부담금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전염병예방에 전 세계인류가 동참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