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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바위의 정기를 듬뿍 흡수한 스테미너 식품 굴.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비릿하면서 짭짜름한 바다 향이 입안 가득 살아있다.

굴은 늦가을부터 겨울 동안에 맛과 향, 영양가가 최고조에 이른다. 예로부터 ‘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말라’ 했다. 일본에서도 ‘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말라’ 는 속담이 있고, 서양에서는 ‘ 알파벳의 R자가 없는 달은 먹지 말라’ 했다. 즉 5~8월은 산란기이며 식중독의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해산물은 날것으로 먹지 않는데 유독 굴만은 날 것을 즐겨 먹는다. 오래 전부터 최고의 ‘천연 정력제’로 여겨 ‘Eat Oysters, Love Longer(굴을 먹어라. 그러면 오래 사랑하리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의학적 데이터 없이 몇 백년 동안 굴이 정력제, 다산(多産)의 열쇠로 알려져 온 것은 굴이 인간의 고환과 닮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굴은 남성호르몬과 정자를 만드는 아연(Zn)이 자연계에서 가장 많은 식품이다. 풍부한 글리코겐은 에너지원이 되고 아연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트로겐을 활성화시켜 오래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금욕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굴은 금기 식품이기도 했다.

굴의 매력에 빠져 이를 즐겼던 위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고대 로마 황제들은 굴을 즐겨 먹었고, 나폴레옹은 치열한 전투현장에서도 식탁에 굴이 올라야 비로소 식사를 했다고 한다. 재상 비스마르크, 대문호 발자크 역시 ‘굴 마니아’였고 카사노바의 열정적인 사랑의 힘에도 굴은 일조했다.

굴을 좋아했던 조선 영조대왕은 여자들이 굴을 먹는 것은 금했다 한다. ‘음심(淫心)이 동한다’는 이유였다. 정절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던 유교국가에서 정숙해야 될 여자가 남자를 탐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동의보감은 ‘굴은 바다에서 나는 음식 중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기롭고 피부를 아름답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굴은 여러 가지 영양소를 듬뿍 함유한 이상적인 어패류로 ‘바다의 우유’라고 한다. 단백질 함량은 우유(3%)보다 많은 10%에 이르고, 콜레스테롤치를 감소시키며 철분과 구리가 풍부해 빈혈치료에도 좋다. 체내의 대사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비타민 B군도 많아 피로회복, 허약체질 개선, 미용식품으로도 좋다.

굴을 요리할 때는 잘 씻는 것이 중요한데 맹물에 마구 흔들어 씻으면 수용성 영양분과 단맛이 빠져나가 맹숭맹숭한 맛이 된다. 소쿠리 등에 담아 굴 깍지나 잡티를 골라내고 소금물에 넣어 살살 휘저어 씻어야한다.

날로 먹기 위해 씻을 때는 무즙에 넣고 젓가락으로 섞듯이 휘저으면 회로 먹기에 좋도록 깨끗해진다.

민족마다 굴을 먹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디서나 신선한 것은 날로 먹는다. 굴은 날것으로 먹어야 독특한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굴은 수분이 70%를 차지하므로 어떤 요리에나 마지막에 넣어 살짝 익히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가열하면 수분이 빠져나가 단단해져 맛이 없어진다.

굴에다 레몬즙을 짜 넣어 먹으면 레몬의 신맛이 첨가되면서 굴이 상큼해진다. 맛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산성 식품인 굴을 중화시켜 균형잡힌 식품이 된다.

레몬즙과 초고추장에 먹는 것은 산뜻한 맛을 살릴 뿐 아니라 세균의 번식억제와 살균 효과가 있다.

오늘의 식탁은 영양만점 굴요리로 카사노바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남과학대 호텔조리학과 교수 김정숙

협조 : 김춘순( 광주음식문화연구소) 이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