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전남 장성에 경주마를 사육한다는 말을 듣고, 그 호기심에 방문일정을 잡아 보았다. 수소문 끝에 목장주인과 연락이 돼 약속한 날에 목장이 있다는 장성군 남면 마산부락입구로 갔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흙이 범벅이 된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추면서, 농군차림의 중년 한 분이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우리 일행도 같이 인사를 하면서, 나는 손을 내밀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손을 잡는 순간 깜짝 놀란 생각이 들었다. 큰 목장의 사장이라는 분의 손이 너무나도 거칠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기를 얼마나 많은 일을 했길래 손이 이토록 거칠까!. 안내가 시작되었다.

오토바이를 따라 2킬로쯤 가니 목장 입구에 도착되었고,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산 언덕에 청푸른 초지들이 수평선의 여울처럼 봄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를 조금 지나니 마구간에 들어있는 흙갈색을 띤 경주마 한 마리가 주인을 알아보는 듯 고개를 들고 코를 벌신거린다.

온몸에 윤기가 흐르고 수려한 몸매를 갖춘 품이 삼국지에 등장한 적토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마코스를 따라 조금 지나니 블록마다 말들이 놀고 있었다. 한 블록에(2천~ 3천평정도) 3~4마리가 평화와 행복을 만끽한 모습으로 방목되어 있었다. “사장님 목장의 총 면적은 얼마나 됩니까?” “초지면적만 약 3만8천평정도 입니다” “그럼 경주마는 몇 마리나 되나요?” “72마리가 있습니다” “가격이 매우 비싸다고 들었는데 여기에 있는 말들의 가격은요?” “경주마는 본래 혈통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데 혈통이 좋은 말은 수십억원이 호가하기도 하고 보통 혈통의 말은 수천만원이 넘고 있답니다” 나는 잠시 대단한 기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말들을 관리하는 관리사는 몇 분이나 되나요?” “인부 3명과 제가 같이 돌보고 있습니다” 마지막 코스에 다다르니 커다란 창고에 건초와 가공된 사료 수천포가 쌓여있었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일하는 사람에게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규모로 보아 사장쯤 되는 사람이면 고급 양복에, 값비싼 승용차에, 운전기사쯤은 둘 법도 한데 거칠어진 손과 흙 묻은 장화에 작업복과 밀 모자만을 쓰고 수만평의 초지와 경주마들을 직접 관리한다 하니 대단한 의지와 희망이 보이는 숨어있는 상록수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리 일행은 견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면서 국가의 숨은 일꾼은 바로 그린 호수 목장 주인(최동천 씨)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훌륭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고, 우리들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많은 교훈을 얻었던 것 같다.

더욱이 그 분의 희망속에서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소단위 학교를 만들어 근면과 성실의 일상을 배우게 하고 자력으로 스스로의 삶을 일으키게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머지않아 승마장을 개설하여 청소년들의 체험학습과 테마공원을 만들어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분명 비젼이 있고 희망이 보이는 미래 지향적임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일행도 그리 되기를 믿고 기원했다. 사람들의 사는 방법이 천차만별이지만 우리가 만난 그분의 삶의 철학은 기업인의 정신이 바르고, 근면과 성실과 겸손이 있으며, 타에 귀감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게 한 좋은 만남으로 생각된다. 부디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고, 하시는 사업이 더욱더 번창하기를 기원해본다.

서길웅 <서강전문학교 학장>